'보헤미안' 슈베르트를 따라…여름밤 낭만에 젖다

김고금평 기자
2015.06.20 17:59

[인터뷰]'디토 페스티벌' 음악감독 및 연주자 리처드 용재 오닐…"전통+실험 이중주로 음악되살리고 싶어"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10년 가까이 클래식 음악축제 '디토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전통과 실험의 가운데서 대중과의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크레디아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된 그의 바이오그래피를 읽다가 죽는 줄 알았다. ‘도대체 이 연주자의 정체는 뭘까’ 2페이지 가까운 그의 ‘1등 신화’속에 한동안 파묻히며 느낀 단상이다.

비올리스트로서 그래미상 후보 명단에 오른 것을 비롯해 런던 필, BBC 심포니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밥먹듯’ 협연했으며, 7장의 솔로 음반을 낸 것도 모자라 음악 에세이도 냈고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다큐멘터리도 찍었다. 이 방송은 2013년 국제 에미상을 받았다.

클래식계 ‘괴물’로 통하는 그가 만든 실내악 연주팀 ‘앙상블 디토’는 국내에서 가장 혁신적이면서 대중적인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최고의 연주자들이 모였는데도 ‘폼’ 재지 않고 길거리로 나가 게릴라 콘서트를 벌이는가 하면, 뮤직비디오도 제작해 젊은 팬층을 단숨에 확보했다.

한국 클래식의 대중성과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앙상블 디토’의 리더이자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7). 10년 가까이 ‘디토 페스티벌’(9회)의 음악감독이라는 타이틀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이유가 어지러운 이력에서 자연스레 읽혔다.

◇ "단순한 선율의 감동…관객에 오롯이 전하고파"

“프로그램을 전체적으로 리뷰하지만, ‘앙상블 디토’ 무대를 제외하곤 일일이 개입하지 않아요. 아티스트 개인의 색깔을 최대한 존중하려고 해요. 거기서 배우는 것도 많거든요.”

리처드 용재 오닐은 실력파 연주자들과 함께 꾸리는 '앙상블 디토'를 통해 클래식의 어제와 오늘을 얘기한다. 20일 '디퍼런트 디토'에선 좀 더 혁신적인 음악을, 30일 '앙상블 디토 시즌9'에선 전통의 선율을 들려줄 예정이다. /사진제공=크레디아

음악감독이지만, 연주자로도 바쁜 그다. 지난 6일 무대에선 8년 만에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나그네’ 전곡을 연주하는 열정을 과시했고, ‘앙상블 디토’로 참여하는 무대도 두 개나 남았다.

올해 페스티벌 주제인 ‘슈베르트’에 맞춰 혁신과 파격을 엿볼 수 있는 현대음악 무대 ‘디퍼런트 디토’(20일 오후 7시 LG아트센터)와 가장 전통적인 선율을 맛보는 ‘앙상블 디토 시즌9’(3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그것.

“보헤미안적 삶을 살았던 슈베르트와 그를 이해하고 후원하는 친구들이 밤마다 모여 시를 읊고 연주하며 청춘을 보냈잖아요. ‘앙상블 디토’도 그렇습니다. 옛날부터 같이 하던 연주자들도 있지만, 새로 참가하는 두 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새로운 무대도 꾸려요. 그런 젊은 친구들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는 건 기쁨이죠. 새로운 예술관과 예술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지켜볼 수 있으니까요.”

‘클래식의 슈퍼밴드’로 평가받는 ‘앙상블 디토’에 거는 기대는 수준 높은 연주력이 아닐까. 용재 오닐은 그러나 이 부분에선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클래식 아티스트의 어려운 점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가 될 수 없다는 거예요. 가끔은 ‘그들’의 창의성에 복종하고 노예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숙명이죠. 우리의 최종 목표는 관객에게 ‘우리가 얼마나 멋있는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 순간 슈베르트를 최대한 느끼고 경험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에요. 우리의 연주가 관객의 삶에 동화될 수 있는가가 중요한 포인트인 셈이죠.”

용재 오닐이 올해 주제로 슈베르트를 선택한 것은 클래식의 가장 현대적 작곡가라는 점에서 요즘 세대와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려는 측면과 단조로운 구성에서 잊고 있었던 깊은 선율의 미학을 찾고 싶은 측면이 동시에 작용했다.

“어떤 이들은 베토벤을 클래식 음악 순위에서 맨 위에 놓고, 슈베르트는 그 다음으로 놓기도 하는데, 전 모두 같은 레벨이라고 봐요. 슈베르트는 바흐처럼 8~10분 되는 대곡에서 많이 벗어난 작곡가라는 점에서 요즘 경향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어요. 당시에는 거의 ‘파격’에 가까운 구성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구성이 단조로울수록 더 참맛과 세련미를 알게 된다고 할까요? 슈베르트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용재 오닐을 클래식으로 묶어두기에는 장르 번식력이 만만치 않다. 클래식과 팝, 재즈를 오가는 연주는 용재 오닐이 늘 어떤 경계의 끝에서 절제 또는 인내의 미학으로 자신을 조절하고 있다는 느낌을 안겨줄 정도다. 뉴욕타임스가 쇤베르크와 베베른이 수록된 낙소스 앨범 리뷰에서 용재 오닐의 연주에 대해 “새로운 것을 알게 하는 연주”라고 표현한 것도 기존 문법에 구애받지 않는 그의 자유 의지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용재 오닐은 스스로 “클래식 음악가도 그 너머의 음악가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통과 실험 둘 다 섞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티스트로서 감각이 말해주는 대로 따를 뿐이죠. 제 목표는 간단합니다. 음악이 다시 살아나게 하는 것, 옛날 음악을 재창조하는 것, 연주에서 조금이나마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것을 바라는 거예요. 나이가 드니, 음악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는 것 같아요.”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