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별로 어떤 나이의 이성이 가장 잘생겼냐, 혹은 예쁘냐고 물었다. 어디서 누구에게? 미국에서 손꼽히는 데이팅 사이트인 'OK큐피드'에서 데이트 상대를 찾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20세 여성은 23세 남성을 가장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25세 여성은 26세 남성을, 30세 여성은 30세 남성을 선호했다. 이렇게 매력적으로 느끼는 남성의 나이와의 연령 차이는 여성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점점 좁혀지다가 결국 32세를 기점으로 뒤집어졌다. 32세 여성부터 연하를 선호했다.
반면 남자들의 빅데이터는 매우 일관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20세에서 50세까지 나이 불문, 남성들은 20~23세가 여성이 가장 예뻐 보이는 나이라고 답한 것이다. 심지어 50세 남성들도 22세가 가장 매력적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런데 남성들이 실제로 누군가를 만나려고 할 때도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나이의 여성에게 연락을 시도할까? 그건 또 아니라는 재밌는 결과가 나왔다. 연령대별 남성들이 가장 많이 연락한 여성의 나이는 본인들의 나이에 맞춰 엇비슷하게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은 최소한의 양심을 갖추는 선에서 본인보다는 훨씬 어린 여성에게 연락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40세 남성은 30세 여성에게, 50세 남성은 40세 여성에게 가장 많이 연락을 한 것이다. 결국 여성은 함께 늙어갈 남성을 찾지만, 남성은 끊임없이 젊음을 향해 눈을 돌린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렇게 빅데이터가 보여주는 숫자를 통해 사람냄새 풍기는, 꾸며지지 않은 진짜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 하버드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OK큐피드를 설립한 저자 크리스티안 루더는 책 '빅데이터 인간을 해석하다'에서 이 실험을 전개한 뒤 꽤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보인다.
특히 그는 흔히 빅데이터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감시'와 '판매수단'이라는 두 단어의 부정적인 어감을 넘어설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 그가 운영하는 데이트 사이트에서 쌓인 빅데이터가 주로 가벼운 주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이야깃거리가 나오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빅데이터의 주제가 가볍다고 해서 그 결과가 가볍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아무리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된 빅데이터라도 성별과 인종, 외모지상주의 등 인류가 고민해 왔던 근본 문제들에 대한 현재를 짚어주는 사회학적인 의미를 도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구인구직 사이트의 면접 요청 빅데이터는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가 실제로 개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남성의 경우 외모와 상관없이 면접 요청을 받은 횟수가 비슷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여성의 경우 외모가 뛰어날수록 면접 요청 횟수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빅데이터에서 구직자들에게 면접을 요청한 주체인 채용 담당자들이 남성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즉, 여성 또한 여성에게 유독 각박한 외모의 기준을 만드는 데 한 몫을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표본조사를 했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부끄러운 현실을 빅데이터는 보여줄 수 있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빅데이터는 숫자가 아닌 '서사'라고 말한다. 정부나 기업은 감시나 판매수단 정도로만 여기고 그 이상을 찾아낼 노력을 안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어떤 인간인지 보여주는 지표라는 것이다. 이 서사를 찾아내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빅데이터의 진짜배기 사용법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빅데이터 인간을 해석하다=크리스티안 루더 지음. 이가영 옮김. 다른. 336쪽/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