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라는 한자어는 존귀한 사람에 대한 존칭으로 쓰인다. 지금 그렇지 않지만 과거엔 대통령을 부를 때 각하라는 존칭을 쓰지 않으면 예의 없는 경우로 취급된 적이 있었다.
각하 뿐 아니라 귀하를 비롯해 전하, 폐하, 합하, 족하 등의 존칭에는 공통적으로 '하'(下)가 들어 있다. '아래' 또는 '낮다'는 뜻의 '하'가 어떻게 존칭으로 쓰이게 됐을까?
옛날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이 금기시됐다. 특히 왕을 언급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왕께서 계신 전각의 아래'라는 뜻인 '전하' 또는 '각하'라는 말로 호칭을 대신하게 됐다. '폐하' 역시 '왕께서 계신 계단 아래'라는 뜻의 호칭이다.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을 삼가고자 호칭을 사용하게 된 원래 의도에 따르면 이름과 지위를 모두 붙여 '박근혜 대통령 각하'라고 사용하는 것은 틀린 셈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만 뜯어보면 잘못 쓰고 있는 한자어들이 많다. '초토화'도 그 중 하나다. "계속된 폭우로 논밭이 완전히 초토화되었습니다"라는 뉴스 멘트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만 분명 어색한 부분이 있다. '초토화'의 한자는 '焦土化'인데 여기서 '초'는 '불에 타다'라는 뜻이다. 즉 물난리가 난 현장을 설명하기엔 부적절한 표현이다.
책 '한자어 이야기'는 이처럼 한자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한자어를 바로 알도록 해준다. 홍승직 순천향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지었다. 저자는 한자어가 우리말에서 70%를 차지하는 만큼 한자어를 알아야 국어를 제대로 쓸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자어 이야기=홍승직 지음. 행성B 펴냄. 296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