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이 10년 동안 배낭을 메고 ‘분단선’을 따라 걸었다. 남북한을 갈라놓은 비무장지대(DMZ)와 동서독을 갈라놓았던 베를린 장벽이다. 김재한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와 그의 딸 김규현이 주인공.
부녀는 한반도와 독일이라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두 분단의 현장을 답사하며 통일에 대한 중요한, 그리고 놓치기 쉬운 생각들을 정리했다.
저자들은 동서독이 어떻게 해 통일이 됐으니 우리도 그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동서독은 같은 편으로 전쟁을 일으켰다가 패전의 책임으로 분단한 나라다. 6.25전쟁에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기억 때문에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깊은 우리와는 다르다. 그럼에도 그들의 통일 과정에서 배울 교훈은 있다.
‘비무장지대를 넘는 길’에서 저자들은 독일이 개방을 통해 성장했으며 동시에 주변국의 협력이 있어 통일이 가능했음에 주목한다. 특히 지역공동체인 유럽연합(EU)의 설립과 생태 네트워크 같은 자연문화의 교류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통일 뒤에는 끊임없이 과거에 대한 회고와 반성을 통해 분단을 경계했다. 이런 노력이 통일보다 더 중요한 통일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그들은 우리도 독일처럼 통일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집착을 넘어 가능한 수준부터 교류하고, 통일을 이룩한 미래에 분단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까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 가치를 남북한과 주변국이 함께 공유하고, 특히 문화유산과 자연을 공동으로 보전한다면 통일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동서독 통일이 유럽연합이라는 지역공동체 형성으로 더욱 가까워졌던 역사적 사실처럼 말이다.” ‘이유 없는 분단도 없고, 원인 없는 통일도 없기’ 때문이다.
◇‘비무장지대를 넘는 길’=김재한·김규현 지음, 아마존의 나비 펴냄. 260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