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인 9일 검색어에 '한글날'을 쳐보았다. 당연히 공휴일이니까 몰려드는 인파에 몸살 앓는 관광지 얘기부터 밀리는 고속도로 상황, 3년째 빨간날임에도 이제야 알았다는 놀라움(?) 아니, 즐거움을 나누는 사람들까지….
하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글은 한글 파괴에 대한 자성이었다, '이것도 몰랐나' '어의없는 오자들' '신조어로 파괴되는 한글'. 고로 '한글을 사랑하자'로 귀결된다. 당연하다. 매년 느끼는 것이고 매년 또 느껴야 하고…. 모순된 말이지만 한글날 주인공이 된 한글, 다행스럽다.
누가 한글을 파괴했나. 진행 중인 또다른 논란거리다. 은어나 새로운 조합의 외계어를 쓰는 10~20대가 압도적 주범이란다. 나무라는 기성세대의 일부는 신조어로 느끼는 세대차이가 거슬리고, 일부는 파괴되는 한글에 대한 걱정이 진심일 테다.
신세대도 부인하진 않는다. 하지만 신조어는 국립국어원조차 매달 발표하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주장한다. 또 우리말이니 한글이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빛의 속도로 빠른 SNS에서 한글을 올바르게, 또박또박 쓰다보면 이미 그곳에서 뒤처져 있단다. 또 한 부류가 있다. 진짜 몰라서, 틀린 줄도 몰랐단다.
대부분 부모는 아이가 어렸을 때 한글을 깨우치게 하다 영어를 슬쩍 오버랩시킨다. 그러다 '됐다' 싶으면 기다렸다는 듯 영어로 쓰고 말하게 한다. 아이가 영어로 노래 부르며 춤추는 모습을 보며 매우 흡족해 한다.
초등 3학년부터 영어가 필수과목이 되면 이때부터 모든 과목은 영어로 귀결된다. 안하면 우리 애만 뒤처진다는 생각은 근심을 넘어 정설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이렇게 자란 우리 어린이들이 과연 국어를 사랑하고, 잘하고, 소중히 할 수 있을까. 어릴 때 뿌리박힌 '국어보다 영어'란 부모의 판단은 아이 인생에서 웬만하면 바뀌지 않는다.
이렇게 길들여진 어린이들이 대학에 가서 외국어나 자격증 같은 취업 위주 '스펙 쌓기'에 매달려 구직자가 되었을 때 자기소개서 하나 쓰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실제 구직자의 64%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데 국문법, 맞춤법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어릴 적 한글 사용 능력이 중요하다고 답했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나왔다.
다시 한글날로 돌아오자. 언론에서 한글날이 뜻깊고 한글이 소중하다며 10~20대의 무분별한 언어를 표적으로 삼지만, 정작 그렇게 만든 건 국어를 간과한 어른들의 욕심 때문이 아닐까. 그들에게 말이, 글이 왜 그 모양이냐고 나무라기 전에 부끄러워 할 사람은 어른들일 것이다.
569돌을 맞은 한글날, 한 영어선생님의 말은 국어현실의 실상을 가감없이 느끼게 해준다.
"전 영어선생님이지만 우리 중고등생들은 국어를 너무 몰라요. 문제를 내도 무슨 뜻인지 몰라서 해석해줘야 한다니까요. 이런 애들이 무슨 영어를 잘하고, 수학을 잘 풀 수 있겠어요. 더 나아가 이들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