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부동산은 죄가 없다

[MT시평] 부동산은 죄가 없다

이수현 변호사(이수현법률사무소 대표)
2026.02.23 02:05

이수현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수현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부동산 문제로 설전이 치열하다. 여당은 다주택자인 야당 대표를 공격하고 야당은 재건축이 확정된 아파트를 보유한 대통령을 공격한다. 가족을 이유로 다주택을 보유하거나 재건축을 노리고 아파트를 보유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것이 욕을 먹을 일인지 의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눈 속 들보는 보지 못한 채 상대방 눈의 티끌을 비판한다.

우리는 지도자들이 우리보다 더 나은 도덕성을 가지고 있기를 기대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 우리보다 더 낮은 도덕성을 가지고 있지만 않으면 된다. 우리는 잘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민초들의 욕망을 조롱하지 않을 지도자, 자신들의 욕망이 민초들의 욕망보다 더 고상하지 않다는 점을 겸허히 인정하는 지도자를 원한다. 이런 지도자는 민초들의 욕망을 존중한다는 전제 하에서 정책을 펼칠 것이다.

경제정책이란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관한 것이다. 이때 정책당국자가 조심해야 할 것은 수요를 비난하지 않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대원칙은 가계, 기업들이 자신의 효용극대화 또는 이윤극대화로 가는 길을 가장 잘 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너는 왜 이것을 수요 또는 생산하느냐"라는 질문을 정부는 시장참여자에게 하지 말아야 한다. 시장에 맡겨두기엔 곤란한 마약, 도박, 성매매 등은 다른 문제다. 이런 예외적인 경우 외에 시장참여자의 효용함수와 생산함수에 대해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그들의 함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해소되지 않는 수요-공급의 미스매치와 암시장의 창궐이 나타난다.

주택시장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 충분히 많은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토지가 유한한 것과 달리 주택은 유한하지 않다. 지목의 변경, 건폐율·용적률의 조정, 고밀도 개발 등을 통해 공급은 충분히 열려 있다.

한국은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몰려 있고 국토의 상당한 부분이 산림이며 남은 것 중 많은 부분이 지목변경이 거의 불가능한 농지다. 여기에 대도시권의 확장을 제한하기 위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있다. 이 상황에서 신규주택 공급을 옥죄는 재건축, 재개발, 용적률에 관한 과한 규제가 있다면 이는 자살적인 부동산 정책이다. 기록적으로 낮은 현재의 출산율은 그 정책에 대한 응답이다. 왜 이토록 대단한 경제기적을 이룬 국가가 자살해야 하는가.

정부당국이 다주택자든 뭐든 주택에 관한 수요를 조롱하거나 공격할 때 수요를 때려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공급정책을 도외시할까 우려된다. 수요는 비난하지도 말아야 하거니와 때려잡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토건사업으로 경기부양을 하지 않는다"며 부동산 공급확대 요청을 일축했다. 그 결과는 주택가격의 폭등이었다.

식민지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나라를 일으켜 세운 것은 토목건축사업과 개발이다. 1차 오일쇼크 때 박정희정부는 오일머니를 벌기 위해 선제적으로 중동으로 나가 해외토건으로 달러를 벌어들였다. 재건축, 재개발로 인한 일시적인 부동산시장 과열이 두려워 공급을 도외시하는 과오를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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