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방정' 아니 '개방정' 떨지마!

나윤정 기자
2015.11.03 12:40

[우리말 안다리걸기] 10. '방정'이란?

[편집자주]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깨방정 떨지 마! 정신없어."

어릴 적 한번쯤 들어본 엄마의 단골 잔소리 중 하나죠. 정신없이 뛰어다니거나 쓸데없는 말을 하면 주저 없이 들려오곤 했는데요. 방정이 '바른 말이나 행동을 하다'란 뜻이므로 '깨다'와 '방정'이 합쳐져 '방정을 깨다' 즉 '깨방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개방정'이 맞다는 걸 알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개방정'만 있고 '깨방정'은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에 문의해보니 깨방정이 무슨 뜻인지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고, 개방정을 잘못 쓴 말인지도 모르겠다고 하네요. 개방정도 2008년에야 표준어가 됐다고 합니다. 결국 방정에 비속어 '개-'가 붙어 '온갖 점잖지 못한 말이나 행동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 된 건데요. 깨방정이라면 귀엽게 까부는 몸짓(?)쯤으로 여길 텐데 개방정이라니… 들으면 정말 기분이 나쁠 것 같은데요. 이렇게 방정에는 좋은 뜻, 나쁜 뜻 둘 다 있다는 사실,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위 학생은 품행이 방정하고 다른 사람에 모범이 되므로…'

지금은 추억이 됐지만 저 초등학교 시절 상장에는 항상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때 '방정(方正)하다'는 한자어인데요. '언어나 행실이 바르고 점잖다. 모양이 네모지고 반듯하다'는 뜻입니다.

'왜 이렇게 방정맞게 떠들어?'

반면 이 문장에서 '방정맞다'는 '찬찬하지 못하고 몹시 경망스럽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나타냅니다. 즉 방정에 '하다'가 붙으면 좋은 뜻, '맞다'가 붙으면 나쁜 뜻으로 완전히 반대말이 되므로 구분해 써야 합니다

그렇다면 '칠칠하다' '칠칠맞다'도 반대말일까요? 아닙니다. 이 역시 ‘하다' '맞다'가 들어가지만 둘은 같은 뜻입니다. 단 주의할 점 한 가지! 우리가 흔히 쓰는 '일처리가 반듯하지 못하고 야무지지 못하다는 뜻'일 경우엔 '칠칠하지 못하다' '칠칠맞지 못하다'라고 부정형과 함께 써야 합니다.

오늘의 문제입니다. 다음 '방정'이 들어간 말 중 사전에 오르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요?

1. 오두방정

2. 손방정

3. 입방정

4. 녹두방정

정답은2번입니다. '손방정'은 많이 쓰이지만 사전에 오른 표준어는 아닙니다. 오두방정은 '몹시 방정맞은 행동'을, 입방정은 '버릇없이 수다스럽게 지껄이면서 방정을 떠는 일'을, 녹두방정은 '버릇없이 까부는 말이나 행동'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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