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안다리걸기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씨름에서 상대의 바깥다리뿐 아니라 안다리도 걸어 넘어뜨리듯 1탄에서 못다 파헤친 잘못된 우리말을 바로잡아 보자는 취지입니다. 2탄에선 1탄의 맞춤법에 이어 무심코 잘못 쓰는 어휘와 문장이 없도록! 우리말의 원리를 쉽고 흥미롭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씨름에서 상대의 바깥다리뿐 아니라 안다리도 걸어 넘어뜨리듯 1탄에서 못다 파헤친 잘못된 우리말을 바로잡아 보자는 취지입니다. 2탄에선 1탄의 맞춤법에 이어 무심코 잘못 쓰는 어휘와 문장이 없도록! 우리말의 원리를 쉽고 흥미롭게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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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시민 작가는 문재인 정부에서 "어용 지식인이 되겠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사실 '어용'이라는 말은 그다지 좋은 뜻이 아닙니다만 유 작가는 '지식인'이라는 말을 붙여 '사실에 근거해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옹호할 것은 옹호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면 '어용'은 무슨 뜻일까요. 여기서 어(御)는 다스린다는 뜻으로 임금을 가리킵니다. 사극을 보면 "어명이오~"라는 대사를 많이 듣게 되는데요. 임금의 명령을 뜻하는 이 말에도 같은 어(御)가 쓰였습니다. 어용(御用)은 말 그대로 하면 '임금이 쓰는 것'이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비유적으로 '(자기 이익을 위해) 권력자 입장에 서서 행동하는 것'을 꼬집는 뜻으로 많이 쓰입니다. 예를 들어 '어용 노조'라고 하면 노조원들보다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노조를 말합니다. 이것과 비슷하게 권력자에게 아부하듯 쓴 글을 가리켜 '용비어천가'라고 비꼬기도 하는데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는 조선시대 세종 때 지은 노랫말로 태조를 비롯한
"AOA가 김신영을 만나니 입담을 봉인 해제했다. … 솔직한 답변으로 팬들을 흐뭇하게 했다." 한 연예 기사의 일부인데요. 요즈음 '봉인 해제'라는 표현이 유행어처럼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이 말은 막아 놓은 것을 풀거나 숨어 있던 능력이 나타난다는 뜻으로 쓰이는데요. 그러면 '봉인'의 원래 뜻은 무엇일까요? 9일 마무리될 투표 과정에서도 이 말이 등장합니다. 봉인은 말 그대로 설명하면 '밀봉한 뒤에 도장을 찍는다'는 뜻입니다. 그 도장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요즘은 도장 쓸 일이 별로 없지만 공적인 서류를 작성할 때 보면 끝부분 이름 자리 옆에 (인)이라는 표시가 있는 걸 볼 수 있는데요. 봉인의 인(印)도 같은 말입니다. 위 사진은 투표가 끝난 후 남은 투표용지를 봉투에 담아 테이프로 입구를 봉한 뒤 도장을 몇 번 찍은 모습인데요. 도장은 테이프와 봉투에 걸쳐서 찍혀 있습니다. 만일 누군가 떼었다가 붙인다면 티가 나겠지요. 즉 '봉인'은 봉인을 뜯을 수 있는 사람이 열 때까지 물건
"교통정보입니다. 퇴근 시간대를 맞아 시내 주요 간선도로는 양방향 모두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귀에 익숙하시죠? 차를 타고 가다가 라디오에서 몇 번은 들어보았을 텐데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가 있습니다. 여기서 '간선'도로는 어디를 말하는 걸까요. 서울특별시 홈페이지 속 시내버스 체계에 대한 설명을 봐도 같은 낱말이 등장합니다. 간선버스와 지선버스의 요금을 설명하면서 그림에는 파랑(간선), 초록(지선)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서울에서 버스를 자주 타본 분이라면 이쯤에서 감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자로 간선의 간(幹)은 줄기, 지선의 지(支)는 가지를 뜻합니다. '간선도로'란 곧 식물의 줄기처럼 중심이 되는 도로인데요. 먼 곳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도시의 동맥 역할을 하는 찻길입니다. 영어로는 arterial road(동맥 도로), main road(중심 도로)라고 합니다. '간선버스'는 시 외곽에서 도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도록 노선이 짜인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남자 주인공 이겸(송승헌 분)은 극중 성종의 후궁 남귀인(김해숙 분)과 대립하는 관계로 나오는데요. 집안이 서로 철천지원수 사이라고 합니다. 그냥 원수 사이도 아니고 극심한 원한이 있는 관계를 가리켜 우리는 이 표현을 쓰는데요. 말이 좀 어렵다 보니 간혹 천천지원수(×)처럼 잘못 쓰기도 합니다. '철천지원수'란 무슨 뜻일까요? 철천(徹天)이란 직역을 한다면 하늘을 관통하다, 꿰뚫다 정도의 뜻이 됩니다. 하늘까지 닿을 만큼 한이 크다는 거겠지요. 철천지원수를 부드럽게 설명하면 '하늘에 사무치도록 한이 맺히게 한 원수'(표준국어대사전)가 됩니다. '뼈에 사무치는 원한' 같은 표현도 많이 쓰지요. 흔히 쓰는 낱말 중 '철야'(철야 작업 등처럼 쓰임)에도 같은 뜻의 '철'이 들어있습니다. 말 그대로 풀자면 '밤을 관통하다'가 되지만 부드럽게 설명하면 '(어떤 일을 하느라) 밤을 새우
요즈음 화제의 중심이 청와대에서 삼성동으로 옮겨 갔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주변에는 지지자, 경찰 등 많은 사람들이 몰려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기사에서 우리는 '사저'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15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직에 있지 않다며 '사저'라는 표현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유 의원은 "청와대에 계실 때는 사저라고 불러도 되는데, 이제는 자택"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면 '사저'의 뜻은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풀면 사저는 '개인의(사적인) 저택'입니다. 저택은 큰 집을 말하지요. 예전에는 귀족의 집을 가리키기도 했습니다. 사저는 '관저'와는 반대되는 말입니다. 관저란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의 '저'택인데요. 정부가 마련한 집으로 재임 기간에 머무르는 곳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제 관저가 없기 때문에 유승민 의원의 지적에 일리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사저'가 "현실적으로 널리 쓰
선거의 해입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날짜가 달라지겠지만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매주 대선 예비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도 접하게 되는데요. 오늘은 선거를 가리키는 말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선거 용어 중에는 줄여 쓰는 말이 많습니다. 선거철이 되면 집중적으로 많이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을 줄이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젊은 층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아아, 뜨아라고 부르듯이 말이죠. 우선 대통령 선거는 '대선(大選)'이라고 합니다. 머리글자를 그대로 옮기면 됩니다. 정당들은 대통령 선거에 후보를 냅니다. 정권을 잡는 게 목표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후보가 되려는 정치인이 한 명만 있는 건 아니겠지요. 따라서 당 내에서도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을 하게 되는데요. 이 역시 선거를 거칩니다. 이런 선거를 보통 '경선(競選)'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경쟁을 하는 선거입니다. 단독 후보가 아닌 다음에야 경선 아닌 게 없는데요. 하
지난달 말 최순실 씨가 특검에 출석하는 모습이 TV 뉴스를 통해 생중계됐습니다. 최 씨는 당시 건물 안으로 들어오며 큰 목소리로 억울함을 호소했는데요. 아무도 예상 못한 상황에 온갖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이때 또 다른 여성의 목소리가 함께 방송을 타며 화제를 모았는데요. 고성을 지르던 최 씨를 향해 날아든 "염병하네(세 번)"였습니다. 지금은 욕처럼 쓰이는 '염병'은 원래 무슨 뜻일까요. 글자 모양대로 병 이름? 조선 숙종실록 59권, 숙종 43년(1717년) 4월 24일 기사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 내 조선왕조실록(☜ 바로가기) 참고) '충청도 홍산(鴻山) 등 스물 여섯 고을에서 염병(染病)으로 앓는 자가 3천 4백여 명이고 죽은 자가 1천 4백 22명인데…. 임금이 특별히 도신에게 명하여 각 고을에….' 전염병을 줄여서 염병이라고도 하지만 여기서는 '장티푸스(腸typhus)'를 가리킵니다. 글 속에서 대단히 전염성이 강하고 치료가 어려웠던
"불편사항 사과 드립니다. … 안정적인 구동이 가능하도록 더욱더 노력하며 심여를 기울이겠습니다." 최근 한 유명 업체에서 올린 어플리케이션 오류에 대한 사과 공지 글의 일부인데요. 많은 사람들이 잘못 쓰고 있는 단어가 여기서도 쓰였습니다. 온 힘을 다한다는 느낌으로 쓰는 표현은 '심혈을 기울인다'인데요. 발음 탓에, 그리고 이 표현 외에는 잘 쓰이지 않는 탓에 '심여(×)를 기울인다'고 쓰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띕니다. 심혈(心血)이란 말 그대로 풀어보면 '심장의 피'. 우리 몸 곳곳에 피를 보내주는 심장과 피는 우리에겐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것들인데요. 자연스럽게 온 정신을 쓴다, 마음과 힘을 다한다는 뜻으로 심혈을 기울인다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피를 뜻하는 글자인 '혈'이 들어간 낱말은 꽤 많습니다. 혈액형, 혈관, 헌혈 등은 설명이 필요 없는 말들이죠. 때로는 심혈처럼 '혈'이 비유적으로 쓰이기도 하는데요. 인정머리 없이 마음 차가운 사람에게는 '냉혈'이라는 표현을 씁
오래전 인기 있던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는 귀신이 참 많이 나왔습니다. 무서우면서도 재밌고 교훈도 있어 즐겨봤는데요. 가끔씩 등장하던 하얀 얼굴을 하고 검은 옷과 모자를 쓴 저승사자의 존재감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릴 적 '저승사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저 무서운 얼굴이 사자(동물)와 닮은 것인가 한참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왜 호랑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최근 드라마 '도깨비'에서 저승사자(이동욱 분)가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며 이 존재가 새롭게 주목 받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선 죽은 사람의 영혼을 데리고 가 차를 한잔 주며 저승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지요. 사자(使者)란 무슨 뜻일까요? 사전에서는 첫 번째 뜻으로 '명령이나 부탁을 받고 심부름하는 사람'(표준국어대사전)으로 설명합니다. 곧 어떤 사람이나 집단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인데요. 자주 쓰는 낱말 중에도 같은 '사'가 들어가는 말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해 외국에 파견돼 외교를 하는 최고 직급의
2016년 병신(丙申)년도 이제 끝자락입니다. 올해는 유독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는데요. 그래도 송년모임 등 술자리가 많은 때긴 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점심시간 해장국 집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이 보입니다. 전날 음주로 지치고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서겠죠. '해장'은 글자 모양 때문에 지친 장기를 풀어주는 것으로 이해받기 쉬운데요. 원래 말뜻은 '숙취를 풂'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해장3 (解酲▽)'으로 나오는데요. 역삼각형은 한자의 소리가 바뀌었음을 나타냅니다. 여기서는 숙취를 뜻하는 정(酲)의 소리가 '장'으로 바뀌었다는 표시입니다. 사실 숙취를 푸는 것이나, 지친 장을 푸는 것이나 의미는 서로 통합니다. 속을 풀어준다는 뜻이 더 쉽게 와닿기도 하니 언젠가 이 뜻이 사전에 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전용 음료까지 대중화될 만큼 익숙한 말 '숙취'는 직역하자면 묵은 취기, 자고 있는 취기가 됩니다. 전날 마신 술로 인해 속이 쓰리
네 글자로 어떤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 사자성어라고 하는데요. 어렵기는 하지만 적절히 잘 쓰면 전하려는 뜻을 좀더 풍부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많이 쓰이는 사자성어로 '사상누각'(沙上樓閣)이 있습니다. 지난달 20일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중간 수사결과 발표 내용에 대해 대통령의 변호사가 이 말을 넣어서 비판을 한 적이 있지요. 당시 유영하 변호사는 "(발표 내용은) 법정에서는 한 줄기 바람에도 허물어지는, 사상누각이라고 할 수 있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사상누각은 '모래 위에 세운 집'이라는 뜻입니다. 뿌리가 약하니 금방 허물어지겠죠. 오래 버티지 못할 일 등을 비유적으로 가리킵니다. 영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는데요. 인기 미드(미국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는 말 자체로 '카드를 쌓아 만든 집'이라는 뜻입니다. 당연히 불안하겠죠. 사상누각입니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 비슷한 표현이 있는 게 신기합니다. 이 드라마는 정치
11월도 거의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미 영하의 날씨, 곧 겨울이 시작되는데요. 겨울 하면 생각나는 것들 중 뺄 수 없는 건 '눈'입니다. 아무 때나 볼 수 없어서이겠지요. 눈을 이용한 스포츠인 스키와 눈썰매도 하나둘 열리고 있는 스키장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오래 전 얼음판에서 즐기던 놀이인 썰매는 이제 눈 언덕이 주무대가 됐습니다. 그런데 국어사전을 뒤지다 보면 생각 못했던 부분이 하나 나옵니다. 썰매의 원래 말이 따로 등장하는 게 그것인데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설마'를 찾으면 2개가 나옵니다. 두 번째 것에는 '썰매의 원말'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데요. '설마→썰매'가 됐다는 겁니다. 한자로는 雪馬. '눈에서 달리는 말' 정도의 뜻이 되겠죠. 사실 위 설명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존재합니다. 썰매가 원래 있던 말이고 이것을 한자로 적다 보니 '설마'라고 붙였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의견의 차이를 떠나 썰매를 눈 위의 말로 표현한 것이 어딘지 운치가 있습니다. '눈'이 친숙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