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방미 논란' 이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지도부가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 6.3 지방선거 주요 후보들은 중앙당을 배제한 채 자체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마무리하고 당당하게 평가받겠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지만 지금 판세라면 선거 결과는 불보듯 뻔해 보인다. 설령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더라도 장 대표와 당 지도부의 성과로 내세우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장 대표 취임 당시 국민의힘은 계엄과 탄핵, 대선 패배로 이어지는 위기 속에서 혁신을 요구받던 상황이었다.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당 지도부는 변화를 택하기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여전히 따르는 강성 보수 지지자들을 끌어안는 데 주력한 게 사실이다.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도 불법 계엄과 탄핵된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명확히 선을 긋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 전 대표 등 정적 제거를 강행하다 당 지도부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변화와 혁신의 중도 확장 노선 전환에 실패하면서 장 대표 임기 내내 국민의힘 지지율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방선거전이 한창인 최근의 미국 방문은 중도·무당층이 국민의힘에 아예 눈을 돌리게 만드는 패착이 됐다. '화보' 논란에 '거짓말'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잠잠한가 싶던 당내 '사퇴' 압박을 되레 자초한 셈이 돼 버렸다. 장 대표는 방미 기간 중 미국 의원들을 만난 뒤 페이스북에 "미국 인사들이 '한국 정부는 왜 동맹국 기업을 차별하고 중국 기업과 붙으려 하느냐'고 묻더라"고 썼다. 일각에선 국익보다 특정 기업을 대변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방미 기간 불거진 부정선거 논란도 악재로 작용했다. 장 대표와 동행한 김민수 최고위원은 조 그루터스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을 만난 뒤 "그루터스 의장은 '투표참여는 더 많이, 부정선거는 더 적게(vote more, cheat less)'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고 했다. 그루터스 의장은 미국의 우편투표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는 음모론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인물이다. 장 대표의 방미 일정이 공개된 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0~22일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사상 최저치인 15%로 떨어졌다.
여러 악재가 얽히고설키면서 30일 남짓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는 국민의힘에 어느 때보다 어려운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해법은 마땅찮고 상황도 그리 단순하지 않다. 수권정당으로서 제도권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여론의 지지를 다시 얻으려면 이념보다는 실용과 대안 정책으로 중도층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치열한 고민과 전략이 절실하다. 전제는 '윤 어게인'과 '부정선거론'으로 상징되는 강성 보수와의 거리두기와 외연 넓히기다. 강성 당원과 지지자들에게만 온전히 휘둘리면 중도층 지지를 영원히 회복할 수 없다. 보수 대표 정당으로서 법과 원칙에 기반한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일도 긴요하다. 이번 지방선거를 치열한 자기 성찰과 보수 재건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