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한강의 기적'을 자랑하던 한국 사회는 2015년 '헬조선'으로 바뀌어 버렸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왜 삶의 만족도와 행복지수는 자꾸만 떨어질까? 불행한 사회를 만든 건 과연 정치인이나 일부 나쁜 사회지도자들의 탓일까? 사회심리학자 허태균 교수는 새 책 '어쩌다 한국인'에서 그 원인을 한국인의 마음이 모여서 이루는 사회현상이라고 말한다.
일본 지하철에서는 눈앞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할머니가 서 있어도 젊은이들이 꼼짝을 안 한다. 왜? 우리 할머니가 아니니까. 한국에서는 자리 양보는 '미덕'의 수준을 넘어서 하지 않으면 도덕적 개념이 없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왜? 한국 할머니는 모두 우리 할머니니까. 저자는 한국에서 노약자석이 잘 지켜지는 이유는, 한국 사람이 착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인간관계를 혈연관계로 환원해버리는 한국인의 가족확장성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때로 이런 가족확장성은 여러 가지 문제를 불러온다. 가족같은 회사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아 항의하면 "한 식구끼리 왜그러냐"가 되기 일수다. 성추행 사건의 단골멘트인 "딸 같이 생각해서…" 역시 가족확장성에 기댄 가해자의 변명일 뿐이다. '가족같은 사회'가 추구하는 정과]헤 합리성이 충돌하는 지점에 '헬조선'이있다. 이전까지 통용됐던 '상식' 혹은 '관습'이 어느날 부터 '몰상식' '인습'이되어 버린 것이다.
저자는 주체성·가족확장성·심정중심주의·관계성·복합유연성·불확실성회피 등 한국인 특유의 심리를 통해 우리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는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중2병이라는 성장통 앓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책은 우리 사회 곳곳에 드리워진 갈등과 혼란의 원인이 무엇인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치료법을 모색한다.
◇어쩌다 한국인=허태균 지음. 중앙북스 펴냄. 403쪽/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