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노동은 토지처럼 '담보'로 전락

김고금평 기자
2016.01.30 03:05

[따끈따끈 새책] '인간은 필요없다'…기술 발전 못 따라가는 인간 노동 시장의 딜레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공지능은 이렇다. 온순한 하인, 악의적인 지배자인 로봇, 벙커에 둘러싸인 거대한 컴퓨터 두뇌…. 모두 할리우드 영화들이 만들어낸 의인화한 상상체다. 실제적인 인공지능의 정의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무형의 지능’이다. 원거리 클라우드 서버 내에 상주하는 디지털 수식들, 초스피드로 계산되는 컴퓨터 언어들이 그 주인공이다.

‘인간은 필요없다’의 저자 제리 카플란은 이런 시스템을 인공지능 대신 인조노동자라고 부른다. 기계에 노동자의 의미를 부여한 건 ‘자율권의 행사’가 가능한 인공지능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단순한 의미의 인공지능은 정해진 작업현장에서 특정한 목적을 위한 맞춤형 기기들이 반복적인 단일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이제 밭일을 하고 화재를 진압하고 전쟁에 나가 싸우기까지 한다.

인공지능 연구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첫 번째 분야는 경험에서 배우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무궁무진한 모범 사례를 눈 깜짝할 사이에 꼼꼼히 검토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시각, 청각적 정보, 문서화된 정보는 물론 이질적 데이터까지 빨아들인다.

두 번째는 센서와 작동장치의 결합으로 ‘지각’하는 시스템이다. 보고, 듣고, 느끼고 자신과 둘러싼 환경과 교류하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인공지능은 의식이나 자아 성찰 등 소위 ‘정신’은 없지만 정해진 임무 이상의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는 점에서 진화의 단계를 예측하기도 힘들다.

구글의 검색 엔진, 페이스북의 얼굴인식 등 수많은 인공지능 기술들이 현실에서 작동하지만, 저자가 보는 두 가지 ‘무서운’ 대표적 사례는 ‘맵리듀스’(MapReduce, 분산데이터 처리기술)와 아마존의 비즈니스다.

초단타매매로 알려진 프로그램의 거대한 알고리즘을 개발한 데이브 쇼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재빨리 분석해 거대한 차익을 노린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개인의 구매 이력과 구매 습관을 담은 방대한 데이터로 소비재 거래를 뒤흔들고 있다는 사실 역시 인공지능이 이룩한 성과다.

저자는 “기술이 천천히 발전한다면 새로운 기술을 배울 여유가 있지만,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를 때 사람들은 직업을 잃게 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울 시간이 없어진다”며 “우리가 쓸모없는 존재로 내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가속도가 붙은 기술 발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발전은 인간의 노동 대신 최적화한 인공지능을 사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소수 상위 부유층을 더 부유하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래사회가 ‘인공지능 vs 사람’이 아닌 ‘자산 vs 사람’의 투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동자가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뺏기는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위기 자체를 인식하고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혹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 기술을 익히더라도 노동자는 여전히 불안하다. 일자리가 요구하는 기술의 진보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의 학습은 어느새 구시대 기술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저자는 미래 실업을 막는 대안으로 ‘직업 대출’을 제안한다. 미래의 노동(근로소득)을 담보로 내놓는 새로운 금융제도로, 고용을 약속한 기업은 세금감면을 받고, 노동자는 미래의 수입을 빌려 직업기술을 익히는 데 쓸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노동은 토지처럼 담보의 대상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커졌다.

◇ 인간은 필요없다=제리 카플란 지음. 신동숙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296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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