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째 '작은도서관' 운영하는 72세 日할머니의 비결은

세종=박다해 기자
2016.04.18 14:43

문체부, 18일 '작은도서관대회' 개최…쿠사가야 게이코 '토모에문고' 대표 특별강연

일본 시즈오카시에서 35년째 '토모에문고'라는 작은도서관을 운영 중인 72세의 쿠사가야 게이코씨가 18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전국 작은도서관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박다해 기자

후지산이 있는 인구 70만명의 도시 시즈오카시에는 '토모에문고'라는 작은도서관이 있다. 올해로 35년 된 '토모에문고'를 지켜온 이는 72세의 쿠사가야 게이코씨. 그는 1981년 큰 태풍으로 수해를 입은 뒤 집을 다시 지을 때 방을 고쳐 작은도서관을 시작했다.

18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 작은도서관 대회'에 특별 강연자로 참석한 게이코씨는 국내 작은도서관 운영자들을 위해 자신의 운영 경험을 풀어냈다.

그가 세운 작은도서관의 목표는 △평가를 하지 않는 곳일 것 △어린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주는 장소일 것 △책이나 생활 속의 체험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델을 만날 수 있도록 할 것 등이다.

게이코씨는 "지역 아이들이 행복할 때 내 아이도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저도 어렸을 때 가까이 사는 언니가 많은 책을 읽어줬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게 됐는데 그 경험을 보은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토모에문고는 방 4개로 구성됐다. 3~4평 되는 그림책방의 한가운데에는 탁자를 놓고 대출카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아동서적과 어른들을 위한 책까지 고루 구비했다. 현재 장서 수는 성인용 약 5000권, 어린이용 1만권이다.

게이코씨는 "처음에는 시립도서관에서 단체 대출을 받기도 했으나 현재는 기부 등으로 소장도서가 늘어서 대출하지 않는다"며 "초등학교가 가까워 자녀나 손주의 친구가 많이 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운영 초반에는 '입회비 100엔, 대출 40권에 100엔' 식으로 일부 지원금을 받기도 했으나 현재는 무료다. 이와 더불어 그림책읽기, 전래동요 모임, 그림연극, 콘서트, 종이인형극, 차와 전통악기 즐기기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야외 놀이도 풍성하다. 직접 아이들이 나비 등 곤충을 잡은 뒤 도감에서 찾아보게 하거나 감자를 캔 뒤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먹는 등 자연과 책을 한 번에 접할 수 있도록 한다.

게이코씨는 "게임과 스마트폰의 보급, 바쁜 부모들, 자연환경의 악화, 학원 수업 등으로 인해 확실히 책과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 문고에 오는 아이들도 줄었다"며 "어린이 생활권에 책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한데 가정만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고 작은도서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일본은 크게 가정문고·지역문고 2종류로 작은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다. 가정문고는 개인이 자택에서 운영하는 형태고 지역문고는 해당 지역의 뜻있는 사람이 모여 절, 교회, 유치원 등의 공간을 이용해 운영한다. 일본 공익법인 '독서추진운동협의회' 조사(2013년 기준)에 따르면 일본의 전체 문고 수는 1597개로 어린이 전용 문고(1215개)가 압도적이다. 문고의 평균 장서 수는 가정문고 약 3035권, 지역문고 약 2425권이다.

게이코씨는 "문고는 어디까지나 공공 도서관 업무의 빈틈을 채우는 것"이라고도 했다. 전문성이 떨어져 조화로운 도서 선택이나 독서상담이 힘들고 책의 종류와 수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지역 주민, 어린이들과 거리를 좁혀 공공도서관과 상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어린이들이여, 어린시절을 꼭 즐기세요.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어 당신을 버티게 해주는 것은 어린시절의 '당신'입니다"

게이코씨는 아동문학자이자 '가츠라 문고'를 창설한 이시이 모모코의 말을 인용하며 작은도서관을 통해 아이들에게 알찬 독서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열린 '작은도서관 대회'에서는 △김연주 철쭉 작은도서관장 △강영실 대주피오레 작은도서관장 △박미숙 책놀이터 작은도서관장 △심준호 꿈꾸는뜰 어린이 작은도서관장 △이미현 국민은행 사회협력부 대리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다양한 독서프로그램과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작은도서관 발전에 공헌했다는 이유다.

18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작은도서관 대회'에서 김연주 철쭉 작은도서관장, 강영실 대주피오레 작은도서관장, 박미숙 책놀이터 작은도서관장, 심준호 꿈꾸는뜰 어린이 작은도서관장, 이미현 국민은행 사회협력부 대리가 작은도서관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사진=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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