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조 영욕의 세월을 함께 한 '한양도성'의 일부 지역이 복원 없이 보존된다. 서울 한양도성 남산·회현 구간을 전면 보존해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개념이다. 국내에서 발굴된 한양도성 구간 가운데 전면 보존이 결정된 구간은 지금까지 단 한 곳도 없다.
19일 서울시 한양도성도감과 서울역사박물관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남산·회현 구간을 '현장 유적 박물관'화하는 방안을 현상공모할 계획이다. 특정 박물관을 지어 유적을 옮기거나 성벽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발굴된 채로 보존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국제 설계공모를 준비 중이며 올해 설계공모 및 실시설계를 거쳐 내년 현장 유적 박물관 조성공사에 나설 계획이다. 한양도성 관리 주체인 한양도성도감이 발굴 사업을 하는 남산·회현 구간의 총 면적은 7720㎡(보호각 설치 면적 800㎡ 포함) 수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양도성도감은 기존 발굴됐던 장소를 현장 유적 박물관으로 조성하는 기본 방침을 세웠다”며 “(성벽 복원과 관련한) 세계적인 흐름이나 문화재청 최근 지침을 고려해 정확한 고증 없이 섣부른 복원에 나서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양도성은 조선왕조 도읍지인 한성부의 경계를 표시하고 왕권을 드러내기 위해 축조된 성이다. 1396년 조선 태조 5년에 백악(북악산)·낙타(낙산)·목멱(남산)·인왕의 내사산(內四山) 능선을 따라 축조 이후 여러 차례 개축됐다.
평균 높이 약 5~8m, 전체 길이 약 18.6km에 이르는 도성으로 전 세계 도성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1396~1910년·총 514년) 도성 기능을 수행했다.
남산·회현 구간은 특히 조선 태조부터 순조에 이르는 다양한 축성 방식이 발견돼 역사적 가치가 있다. 일제 강점기 신사 참배를 강요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선신궁이 들어서기도 했던 민족적 아픔의 공간이기도 하다. 조선신궁의 참배공간인 ‘배전’의 터가 이 구간에서 발견됐다.
‘현장 유적 박물관’이 만들어지면 시민들은 발굴된 한양도성 성벽의 앞뒤나 내 외부를 직접 확인 할 수 있다.
한편, 서울시와 서울역사박물관은 남산·회현 구간에서 성곽 앞 해자를 찾는 추가 발굴도 진행 중이다. 한양도성도감에 따르면 이 같은 해자 추가 발굴 작업이 종료되면 남산·회현 구간에 대한 본격적인 운영 방안이 정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