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샤워를 하고 있다. 긴박한 배경음악과 샤워커튼 뒤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한순간 샤워커튼이 걷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자에게 살해당하는 여자.
이 영화를 본 적 없는 사람일지라도 샤워실에서 젖은 머리로 비명을 지르는 여인의 모습은 미디어를 통해 한번쯤 봤을 것이다. 바로 '서스펜스 영화의 대가'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사이코'의 한 장면이다.
서스펜스의 대가이자 '스릴러 영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앨프리드 히치콕은 1899년 영국 레이턴스톤에서 태어났다. 양계업과 과일 수입을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그는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15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항해기술을 배우기도 했지만 결국 런던대학교에 진학해 미술을 전공한다.
1920년 영화사에 입사한 히치콕은 자막 디자인을 시작으로 미술감독, 시나리오 작가, 조감독 등의 일을 하며 차근차근 영화감독의 길을 밟아나간다. 마침내 1925년 발표한 장편영화 '프리주어 가든'으로 데뷔한다.
미술을 전공한 덕일까. 히치콕의 영화는 편집은 물론 촬영기법까지 당대 영화와 비교할 수 없이 독특하고 새로웠다는 평이 잇따랐다.
히치콕은 "삐걱거리는 문소리와 죽은 고양이, 나뒹구는 폐물들로 서스펜스를 자아내본 적이 없다"며 "오히려 밝은 대낮에 졸졸 흐르는 냇가에서 일어나는 살인이 더 흥미롭다"고 말했다. 일상적 공간에서 관객의 주의를 더 끌 수 있는 힘, 그 순간 관객이 느끼는 조바심이 서스펜스라는 것.
그는 자신의 머리속에 완벽한 구상을 세워두고 촬영에 임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모든 숏(shot)과 배경까지 생각한 계획을 가지고 촬영에 들어갔다. 남는 장면이나 불필요한 재촬영 없이 꼭 필요한 장면들만 필름에 담았다.
히치콕은 할리우드와 영국을 오가며 수많은 서스펜스 걸작들을 쏟아냈다. 특히 그는 50년대 후반 이후 '현기증'(1958년) '싸이코'(1960년)로 이어지는 걸작을 발표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많은 이들이 아는 '싸이코'는 스릴러 영화의 영원한 걸작으로 회자된다.
1955년 TV 프로그램 '히치콕 극장'을 직접 진행하기도 하며 대중의 인기를 얻던 히치콕은 이후 '마니'(1964년) '찢어진 커튼'(1966년) 등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대중에게 잊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1970년 '새'로 재기했고 77세 나이에 마지막 영화 '가족 음모'(1976년)를 발표하며 마지막까지 노익장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36년 전 오늘(1980년 4월29일) 81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