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오늘…인류 최초로 지구의 모든 극지를 정복하다

박성대 기자
2016.05.01 05:45

[역사 속 오늘] 산악인 박영석 북극점 정복 …산악그랜드슬램' 달성

산악인 박영석의 생전 모습./사진=뉴시스

"기어서라도 가겠다."

산악인 박영석이 2005년 2월24일 북극점 정복을 향해 고국을 뒤로하고 떠났다. 2년 전 '산악그랜드슬램'을 위해 산이 아닌 얼음 땅에 도전장을 내밀다 실패한 그가 다시 한번 북극을 향한 것.

산악그랜드슬램은 △히말라야 14좌 완등 △7대륙 최고봉 등정 △지구 3극점 도달을 의미한다. 당시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꿈의 기록이었다.

앞서 박영석은 2001년 7월22일 국내에서 산악인 엄홍길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에선 9번째로 히말라야 8000m급 14개봉을 모두 완등하면서 산악그랜드슬램 달성을 향한 첫 발을 내딛었다. 그는 이듬해 11월24일 남극 최고봉인 빈슨매시프(4897m) 정상에 오르면서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완등했다.

2003년 첫 북극점 도전에 실패 후 같은 해 10월 남극으로 발걸음을 돌려 이듬해 1월 남극점에 깃발을 꽂은 그에겐 남극점에 도달한 자신감이 있었다. 이전 실패를 교훈 삼은 박영석은 북극점 재도전에 앞서 옷과 신발을 직접 디자인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는 "이번이 북극점 마지막 도전"이라고 각오를 밝히며 떠났고 2005년 3월9일 북극 위드헌트에 도착 후 북극점을 향해 길을 나섰다.

워드헌트에서 북극점까지의 거리는 775㎞, 하지만 그가 걸은 실제 거리는 2000km가 넘는다. 리드(얼음이 갈라져 바닷물이 드러난 곳)와 난빙대(얼음산), 크레바스(빙하지대의 갈라진 틈) 등을 피해서 걸어갔기 때문이다.

박영석 원정대는 영하 40∼50도의 강추위와 눈보라를 동반한 강풍인 블리자드 속에서 100kg의 썰매를 짊어지고 설원을 가로질렀다. 대원 대부분은 얼굴과 손발 등에 동상을 입었다.

얼음바다에 빠지는 것도 수차례. 젖은 옷을 말리기 위해서 텐트 안에서 하루 종일 기다려야 했다. 잠을 줄이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평균 하루 12시간, 15km 이상을 걸었다.

강행군 끝에 출발 54일째 되는 11년 전 오늘(2005년 5월1일), 박영석 원정대는 북극점인 북위 90도 지점을 정확히 밟았다. 예정보다 6일 정도를 앞당긴 것. 박영석은 인류 최초로 산악그랜드슬램을 이루며 세계 산악사에 한 획을 그으며 기네스북에도 등재된다.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박영석은 2006년 에베레스트 남서벽 등정을 눈앞에 두고 14개 거봉에 '코리안 루트'를 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다. 그는 2009년 4전5기 끝에 에베레스트 남서벽에서 신루트를 개척하는 쾌거를 이룬다.

하지만 2011년 10월18일 히말라야 3대 남벽 가운데 하나인 안나푸르나 남벽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기 위한 탐험길에서 실종된다. 대한산악연맹을 중심으로 두 차례 구조대를 파견했지만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연맹 측은 거대한 눈사태에 휘말려 고도 5600~5700m 빙하지대에 묻혔을 것이라고 추정한 뒤 수색을 중단하고 다음달 1일 사흘간 서울대병원 영안실에서 국내에서 최초로 '산악인장'으로 위령제를 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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