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인류를 구원하리라" 한 때, 많은 사람은 이렇게 믿었다. 컴퓨터와 인터넷, 정보통신기술(IT)이 발달하면서 삶은 편리해지고 계급 간 격차는 줄어들고 모두가 조금 더 즐거운 삶을 살게 될 것으로 말이다. 안타깝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기술발달은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즉 또 다른 계급 불균형을 만들어냈다. 기술을 창조하고 향유할 수 있는 소수의 집단이 등장했고 여전히 다른 한쪽엔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기술중독사회'의 저자 켄타로 토야마는 이처럼 기술이 저소득층의 문제를 해결하는 구원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술만능주의에 반발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인도 연구소 공동 창립자인 그는 실제로 기술을 통해 인도의 사회적 격차를 해결해보고자 여러 프로젝트를 주도해왔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컴퓨터 수가 부족한 학교에 기술을 제공하거나 컴퓨터 수업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력만큼 기대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인도에는 여전히 카스트 제도의 영향이 남아있었고 여자아이들은 방과 후 남의 집안일을 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또 14~15살 즈음에는 결혼해야만 했는데 신부 지참금이 올라간다는 이유로 부모는 더는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했다. 컴퓨터에 서투른 교사들은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애를 먹었으며 기술담당 직원이 없어 컴퓨터가 관리되지 못했다.
미국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로스앤젤레스 통합 교육구에서 학생 전체에게 아이패드를 배포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했지만 교육 효과는 증폭되지 않았다. 학생들이 보안 소프트웨어를 해킹해 교육 프로그램 대신 게임을 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는 결국 폐지됐다.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이패드보다 학생을 돌보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어른들의 존재라는 점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현실의 벽에 부딪히자 그는 깨달았다. 기술만큼이나 법이나 제도, 그리고 그것을 시행하는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기술만 중요한 변수로 보았을 때, 그 기술이 지닌 긍정적인 효과는 사라진다.
많은 선진국의 기업도 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들은 종종 기술을 도입하면 개발도상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 간과하고 있다. 기술 자체보다 기술 도입을 이끄는 리더, 기술을 실행하는 실행자, 기술의 혜택을 받는 수혜자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말이다.
저자는 자신이 실제로 겪은 사례를 통해 기술의 '증폭 원리'를 설명한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곳에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면 그 효율성이 배가되지만,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곳에 자동화를 적용하면 그 비효율성이 더욱 커진다는 원리다.
중요한 건 '어떤 기술을 적용하느냐'가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과 문화에 대한 연구와 이해다. 저자는 기술은 시스템이나 계획이 잘 돌아가고 있을 때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일종의 지렛대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훌륭한 교육, 시기적절한 기술 개입, 사람에 의한 사회 변화 등이 맞물릴 때 비로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는 결국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존중할 때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기술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인간의 손에 달렸다.
◇기술중독사회=켄타로 토야마 지음. 전성민 옮김. 유아이북스 펴냄. 368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