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들으며 치맥 즐기는 동네책방, 오래 있어줄래?

박다해 기자
2016.10.05 03:06

'우후죽순' 동네서점, 환영하지만 실질 운영 어려움도…문체부 "지역서점 활성화 정책 강화하겠다"

다양한 독서모임 등이 이뤄지는 서울 강남구의 지역서점 '북티크'/ 사진제공=북티크 공식 페이스북

동네 책방에 모여 커피를 마시거나 술을 즐기며 책을 읽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시낭송, 음악회, 영화 상영, 북토크나 인문학 강연 등 지역민을 한곳에 모으는 문화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시집이나 추리소설, 고양이책, 여행서 등 특정 장르만 취급하는 서점도 생겼다.

전국의 독립서점 정보를 한곳에 모은 포털사이트 '어나더북스'와 구글의 '동네서점지도', '동네서점' 애플리케이션도 잇따라 등장했다. 온라인서점 알라딘은 최근 전국의 작은 책방과 중고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할 경우 구매 금액의 15%를 할인해주는 멤버십 카드를 출시해 지역 서점 운영에 힘을 실었다. 지역의 중소서점이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말도 나온다.

◇ 늘어나는 지역 서점…출판계·작가 '환영'

출판계와 작가들은 일단 지역 서점의 증가를 반기는 분위기다. 대형서점·온라인서점에 치중된 판매 통로에서 벗어나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다양해지기 때문.

최근 전국의 지역 서점을 순회하며 독자들과 만난 '거짓말이다' 작가 김탁환씨는 "작은 서점들이 생겨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베스트 셀러 위주로 책이 팔리는 것을 지양하고 책방 주인이 자신의 세계관에 맞춰서 책을 고르고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행위는 아름답고 창의적인 일"이라고 했다.

'서울 책방지도'를 펴낸 이용훈 서울도서관장은 이처럼 지역 서점이 늘어나는 현상의 원인을 '도서정가제'에서 찾았다. 이 관장은 "개인이 개성을 지닌 책방을 만들어도 대형서점에 비해 가격 경쟁력 등에서 밀릴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도서관이 제작한 '서울책방지도'/ 사진제공=서울도서관

◇ 우후죽순 늘어나지만 운영 현실은…

지역 서점이 우후죽순 생겨나지만 '장밋빛' 미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에서 동네 서점을 운영하는 A씨는 "많이 올 땐 하루에 30~40명 정도 오고 아니면 10명 내외 오는 수준"이라며 "이익이 건물 임대료 값과 비슷하다"고 털어놨다.

A씨는 또 "최근 인근에 대형서점이 생겨서 공연, 영화상영, 강연 등 행사 등을 열었는데 그 이후로 타격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용훈 관장은 "사실 독립책방이 늘어난다고 해도 지역서점은 계속 고사하고 있다"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책방' 공간을 재해석해 새롭게 유입되는 인구층이 생겨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2016 한국서점편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 간 165m²(약 50평) 미만 소규모 서점은 187개가 줄어 전체 감소 서점의 87%를 차지했다.

◇지역서점 지원정책 '집중'…실효성·지속성은 '아직'

결국 지역 서점이 짧은 '창업 붐'으로 끝나지 않고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기 위해선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제기된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서점 간 전산 네트워크 구축 △ 지역서점 포털사이트운영 △ 문화활동비 지원 등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문체부는 우선 개인사업자인 지역서점 간 전산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보를 교환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시스템은 출판유통진흥원의 표준신간목록 데이터베이스(DB) 전산망, 주요 출판 물류사, 도서관 구매시스템 등과 연계해 판매·납품 정보를 파악하기 쉽도록 한 것.

지난 4월에는 전국 2300여개 지역서점 위치와 규모 등 정보를 수록한 지역서점포털사이트 '서점ON'을 열었다. 해당 사이트는 판매정보관리시스템(POS)과 연동해 76여개 중대형 지역서점의 보유도서 재고, 판매 정보를 제공한다. 이밖에도 지역서점이 다양한 문화활동을 개최할 수 있도록 신규 지원 서점은 500만원, 기존 지원 서점은 300만원을 지원한다.

문체부는 또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공도서관에 도서 구매 시 지역서점을 활용할 것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해 1월 학교도서관의 '지역서점 이용 도서구매 활성화 계획'을 마련해 건당 1000만원 이하의 도서를 구매하는 경우 지역서점 도서를 우선 구매하도록 했다.

실제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올해 상반기 나라장터 및 학교장터의 입찰 관련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공공도서관의 도서납품 계약 8,766건 중 지역서점이 4,050건으로 4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서점에 대한 이같은 관심이 지자체 조례 제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경기도와 부산시도 지역서점 활성화에 예산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같은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을 띠고 지속적으로 운영되냐는 여전히 과제다. 문체부는 최근 지역서점에서 책을 살 때 할인혜택을 주는 '문화융성카드'를 신용카드로까지 확대했지만 정작 서점계에선 여전히 낯선 이름이다.

서초구에서 30여년간 서점을 운영해왔다는 B씨는 "문화융성카드는 들어본 적도 없고 그 카드를 사용할 수 있냐고 물어본 고객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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