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가 2026 북중미 월드컵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대대적 쇄신에 착수한다. 홍명보 전 감독의 선임 과정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고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2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문체부는 축구협회 조사위원회의 출범 준비에 착수했다. 축구 행정에 경험이 있는 내·외부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축구협회가 수행 중인 행정 전반을 들여다볼 전망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전날 '조사위를 구성해 축구협회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세부 사항이 결정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큰 틀에서 방향성을 정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사위가 가장 먼저 들여다볼 항목 중 하나로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공적 재원의 적정성 여부가 꼽힌다. 올해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스포츠토토를 판매해 얻는 복표 수입이 53억여원이며 정부 기금인 국민체육진흥기금만 81억여원이 투입된다. 여기에 100억~150억 안팎에서 움직이는 정부 보조금까지 포함하면 300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최근 5년간으로 넓혀 보면 보조금을 제외하고 복표 수입과 국민체육진흥기금만 보더라도 매년 300억원이 넘는다. 2022년에는 335억원이 쓰였으며 2023년에는 331억원이, 2024년에는 308억원이 쓰였다. 지난해에는 144억원으로 다소 쪼그라들었지만 85억원의 국고보조금이 축구센터 건립에 투입됐다.
축구계 관계자는 "세부 내역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축구협회는 연간 1300억~15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는데 이 중 약 20%가 정부 보조금"이라며 "(타 종목에 비해) 재정 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맞지만 지원 폭이 상당한 것도 맞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금 없이 운영되는 '축구 선진국'과는 다른 대목이다.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나 브라질, 미국 등 축구협회는 정부 지원금이 없거나 매우 낮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대신 아디다스·나이키 등 대형 브랜드와의 스폰서십, 입장권 수익과 사업 등을 통해 수입을 창출한다. 때문에 정부가 축구협회의 행정에 개입하거나 갈등을 빚는 사례가 매우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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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는 나랏돈이 쓰이는 축구협회의 특성상 이번 월드컵처럼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일이 발생할 경우 책임을 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축구협회와 진행 중인 소송도 조속히 마무리해 수뇌부를 교체한다는 계획도 있다. 문체부는 지난 4월 축구협회에 정몽규 회장을 비롯해 고위 임원을 대거 중징계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문체부 산하 단체인 대한체육회도 축구협회 행정 개선에 나선다. 회장을 뽑는 선거제부터 바꾼다. 대한체육회의 '회원종목단체 규정'은 축구협회를 포함한 각 종목단체가 회장을 선출할 때 100명~300명의 회장 선출기구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 축구인에 의해 축구협회가 좌지우지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체육회는 직선제 도입을 포함한 선거제 개선안을 둘러싼 논의를 진행 중이다.
팬들의 쇄신 요구도 이어지고 있어 축구협회를 둘러싼 압박은 당분간 심화할 전망이다.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스인 붉은악마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한국 축구를 좀먹는 적폐들이 사라질 때까지 모든 수단을 사용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축구협회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정몽규 회장 사퇴 결정으로) 업무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와중에 정계·정부의 압박이 잇따르자 예상보다 당황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