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즈(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학생 긴급행동·Students Emergency Action for Liberal Democracy-s)라는 이름의 학생 운동 단체가 존재했다. 일본 사회 시민운동의 새로운 장을 연 단체로, 2016년 8월 15일 해산을 발표했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를 지향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정권의 정치적 승리를 목도하면서다.
신간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다!’는 시민운동에 새 바람을 일으킨 실즈가 자신들을 소개한 책이다. 실즈의 결성부터 해체, 미래를 살필 수 있는 1년 간의 기록을 담았다.
실즈는 기존의 시민운동, 학생 운동이 취해 온 방법과 태도를 송두리째 거부했다. '시위는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라는 당돌한 신조로 눈길을 끌었다.
피라미드 형태의 조직 체계는 물론, 해당 단체를 대표하는 인물도, 시위를 진두지휘하며 특정 사상(ideology)을 강요하는 ‘사령관’도 없다는 게 특징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활용 가능성과 세련된 팸플릿·플래카드 디자인, 누구나 쉽게 따라 외칠 수 있는 재치 있는 구호, ‘축제형 집회’를 통해 호소력을 얻었다.
일본 간사이와 도호쿠, 간사이와 도카이 지역의 학생 단체, 각기 다른 목소리와 색채를 지닌 시민운동과도 연대해 매주 금요일마다 집회를 열었다. 일본 전역에서, 다양한 구성원과 다채로운 정치적 목표를 아우르며 470여 일 동안 활동을 벌였다. 10만 명 이상의 사람을 동원했다. 1960년대 안보 투쟁과 전공투 이후 '정치에 무관심한 나라'로 불린 일본에서 일어난 최대 규모의 학생 운동이자 시민운동이었다.
결과적으로 정권을 바꾸고 정치를 혁신하는 데 실패했다. 그럼에도 실즈의 운동은 시민운동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실즈는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 운동체, 자신은 참여자 1명으로 기록되지만, 단순한 숫자로는 메길 수 없는 가치가 숨겨져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고민하고 함께 공부하며 각자 자신의 목소리로 발언하는 정치적 행동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이들은 진정한 민주주의, 즉 '미완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장기적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싱크탱크'를 만든다는 선언도 했다. 민주주의가 필요로 하는 건 영웅이 아니고 우리이며, 끝은 새로운 시작일 따름이란 이유에서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다!=SEALDs(실즈) 지음. 정문주 옮김. 민음사 펴냄. 268쪽/1만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