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철균 SBVA 상무, 비심사역 출신 첫 임원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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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입사 당시 운용자산(AUM)은 350억원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약 2조9000억원으로 100배 가까이 성장했죠. 이 기간 동안 시장과 LP(출자자)들에게 'SBVA는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단단한 운용사'라는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국내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20년 근속은 심사역뿐 아니라 관리역에게도 드문 기록이다. 정철균 SBVA 상무는 2005년 소프트뱅크벤처스(현 SBVA)에 합류한 이후 2023년 독립 벤처캐피탈 'SBVA'로 새롭게 출범하기까지 회사의 안살림을 책임져온 인물이다.
SBVA는 올해 초 정 상무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관리역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임원에 올랐다. 향후 전체 펀드 운용과 리스크 관리업무를 총괄한다.
20년간 VC 업계에 몸담으며 관리역의 역할은 단순 회계·자금관리를 담당하던 이른바 '백오피스'에서 펀딩과 포트폴리오 관리까지 아우르는 '미들 오피스' 개념으로 확장됐다. 벤처투자 시장 규모가 커지고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는 투자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정 상무는 VC 관리역의 역할이 '투자 후 관리'에서 '투자 전과정 관리'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9년부터 관리팀과 투자팀이 한 공간에서 근무하도록 사무실 구조를 바꿨다"며 "관리 부서는 투자 심사의 마지막 단계에서 제동을 거는 조직이 아니라 초기 검토 단계부터 리스크와 컴플라이언스 이슈를 함께 고민하며 최선의 선택지를 찾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심사역과 관리역의 상호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관리팀은 투자의 맥락을 이해한 상태에서 LP 관리와 자금모집에 나설 수 있게 됐고 심사역은 규약과 법규를 고려해 보다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구조가 설계됐다.
그는 "LP들이 펀드 운용 과정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을 경우 심사역보다 관리역에게 먼저 전화를 거는 경우가 많다"며 "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관리역은 LP에게 신뢰를 주기 어렵기 때문에 초기 단계부터 투자 건을 함께 검토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BVA는 국내 VC 중에서도 손꼽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춘 하우스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시스템의 기반에는 과거 모회사의 엄격한 기준이 자리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그룹 산하에 있던 시절, 그룹 감사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강도 높은 실사를 받아왔다.
정 상무는 "모든 투자심의 서류와 의사결정 과정을 전수 조사에 가깝게 감사받았다"며 "당시에는 대응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어떤 VC보다 앞서 글로벌 눈높이에 맞는 투명한 관리 시스템과 내부 규정을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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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탄탄한 관리 체계는 SBVA가 독립 법인으로 홀로서기에 나섰을 때 빛을 발했다. 사명 변경과 대주주 변동이라는 큰 변화 속에서도 LP들이 동요하지 않았던 것은 그간 축적해온 시스템에 대한 신뢰 덕분이었다.
SBVA는 2023년 최대주주 변경이라는 큰 변화를 겪었다. 싱가포르 기반 투자회사 디에지오브(The Edgeof)가 경영권을 인수하며 독립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시장의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시기였지만 정 상무는 이를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정 상무는 "소프트뱅크로부터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결성한 펀드인 '2023 알파 코리아 펀드'를 성공적으로 조성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며 "시장에 우리 조직의 운용 안정성과 연속성을 증명해낸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해당 펀드에는 산업은행을 비롯해 한화생명(4,830원 ▲335 +7.45%), 중소기업은행 등 LP가 참여해 총 2000억원이 모였다.
그는 펀드 결성 과정에서 무엇보다 LP와의 소통과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상무는 "자금은 결국 사람과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움직인다"며 "숫자로 증명되는 성과만큼이나 위기 상황에서 보여주는 태도와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BVA의 진정성 있는 LP관리는 꾸준한 펀드 결성으로 이어졌다. SBVA는 지난해 말 1500억원 규모의 '알파코리아 소버린 AI 펀드'를 결성하며 운용자산(AUM)을 3조원의 문턱에 한발짝 다가섰다. 정 상무가 입사했을 당시 2개에 불과했던 펀드는 20년 동안 23개로 늘었다.
그는 스스로를 'CLO(Chief Longest Officer)'라고 부른다. 단순히 근속 기간이 길다는 의미를 넘어 조직의 역사와 맥락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후배들과 조직의 성장을 돕고 싶다는 의지를 담은 표현이다.
그는 "SBVA가 단순히 수익률이 좋은 하우스를 넘어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철학을 지닌 투자사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그 여정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는 조력자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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