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상상'하는 사람들에 의해 진보한다

김유진 기자
2017.01.07 10:49

[따끈따끈 새책] 서울대 홍성욱 교수의 '홍박사의 과일상자 과학 일단 상상하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가 전 세계 관객의 주목을 받은 포인트는 바로 '4차원의 형상화'였다. 선의 세계가 1차원, 면의 세계가 2차원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입체적인 세상이 3차원이다. 4차원은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상상의 영역이었고 이를 구현해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갖고 영화관으로 몰려들었다.

이렇게 과학은 '상상'하는 이들에 의해 진보했다. 4차원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빛의 속도로 달리면서 빛을 바라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실제로 누군가가 증명해 낸 적 없는 사실을 궁금해하면서, 인간이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이 바로 상상이다.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과학이 이성, 논리, 실험의 영역이며 상상이란 예술이나 문학에 국한된 것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지금은 '과학은 상상의 산물이다'라는 표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진다. 예전보단 과학이 좀 더 인간다워지고, 더 따뜻해진 것이 아닐까. 이제 사람들은 과학을 철학처럼 인문학의 한 분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홍성욱 교수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3년간 '상상력'의 소산이 된 과학 이야기를 꾸준히 올렸다. 그리고 그 결과 '홍박사의 과일상자 과학 일단 상상하자'라는 책이 탄생했다. 과일처럼 달콤 쌉싸름한 과학 이야기를 책이라는 상자에 가득 담았다는 것이, 저자의 책 소개다.

1839년 인류 역사상 최초의 셀카(셀프 카메라)가 찍힌 사연, 독일 출신의 할리우드 스타가 어뢰를 조종하는 통신 기술을 발명한 '발명왕'이었다는 사연, 영화 감독 스탠리 큐브릭이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의 부제를 어떻게 짓게 되었는지에 관한 사연 등 과학사에서 발생한 재미난 이야기들이 책 속에 펼쳐진다.

저자는 과학에서의 상상력이 '개념적 상상력'과 '물질적 상상력'으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전자는 아인슈타인처럼 새로운 개념을 고안해내는 힘이고, 후자는 연금술사나 화학자처럼 새로운 질료를 상상해내는 능력이다. 과학에서는 이 두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저자는 과학적 상상력이 새로운 연관을 만들어내는 측면에 주목한다.

아인슈타인이 고민한 것처럼 당시까지 알려진 과학적 지식에 비추어볼 때 자신이 상정한 과학 지식이 기존의 지식과 모순을 일으키고, 그 모순을 과학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연관'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운동하는 물체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상대성 이론'은 이렇게 상상력의 산물이 된다.

과학은 인간이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제2의 자연'을 만들어내는 활동이며, 이 결과로 만들어진 다양한 존재들은 인간 사이 관계의 중간에 끼어들어 인간 간의 관계를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과학 이야기들은 과학자들이 무언가를 만들어 낼 때의 목적과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새로운 연관'에 관한 가능성도 보여준다.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고 조정하기 위해 더 복잡한 기술이 나오는 시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과학이 혜택인지 위험인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다.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는 과학이 우리의 삶에 예기치 못한 '새로운 연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 연관을 조금이라도 앞서 예측하기 위해 '과일상자' 한 박스를 들여보자.

◇홍박사의 과일상자 과학 일단 상상하자=홍성욱 지음. 나무나무 펴냄. 256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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