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식 '셀카'? 한국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다

김유진 기자
2017.01.07 10:50

[따끈따끈 새책] 이광표 문화재 기자의 '그림에 나를 담다'…"한국의 자화상 읽기"

요즘 스마트폰의 가장 큰 용도 중 하나가 '셀카'다. 사람들은 열심히 자신의 얼굴을 찍어 스마트폰에 저장한다. 대체로 마음에 들지 않으니 삭제하고, 또 다시 찍는다. 토끼나 고양이처럼 변신할 수 있는 앱도 유행이다. 그런데 왜들 그렇게 얼굴 사진을 찍는 것일까. 혹시 자신의 얼굴을 남기는 것이,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맞닿아있는 행위일까?

새책 '그림에 나를 담다'는 문화재를 오래 취재해 온 기자가 문화재 중에서도 한국의 '자화상'을 다룬 책이다. 누군가는 조선을 '초상화의 나라'로 부를 정도로 조선 시대에는 사람들이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 그러나 자화상은 매우 드물었고, 자화상은 18세기에나 본격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는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근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가능했다. 18~19세기 자화상이 광범위하게 그려진 것은 아니고 남아있는 작품도 윤두서, 강세황, 채용신 등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 시기 자화상은 근대 자화상으로 넘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화상'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화가의 얼굴을 떠올리지만, 사실 얼굴만으로 화가의 내면을 읽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자화상에서는 얼굴 이외의 배경, 소품 등도 중요하다. 소품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 사용해 왔기에 시대적 의미와 상징이 함축돼있다. 화가의 의도와 내면을 객관적으로 읽어내는 단초가 되는 것이다.

시선도 중요하다. 화가는 자화상을 그리면서 자신의 내면을 시선과 눈빛에 담기 때문이다. 감상하는 사람은 그림 속 주인공과 눈을 마주치게 되고, 이때 눈은 화가와 관람자가 시공간을 넘어 만나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 자화상의 명작으로 불리는 8점을 자세히 소개한다. 조선시대 최고의 초상화로 꼽히는,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윤두서의 '자화상'부터 시작해서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로서 선구적 삶을 살았던 나혜석의 '자화상'까지 다채로운 한국의 자화상이 소개된다. 자화상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과감하고 파격적이며 긴장감과 생동감이 넘치는데, 이는 관람자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그림에 나를 담다=이광표 지음. 현암사 펴냄. 332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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