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은 영화의 도시다. 부산에서 치러지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1일 폐막식을 끝으로 22번째 항해를 마쳤다. 그동안 영화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것을 넘어서, 영화팬들과 부산시민의 열정에 전세계 영화인들이 반하는 유쾌한 축제로 성장했다. 올해 영화제 기간 동안 극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첫 번째 영화제 방문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세계 영화계의 거장과 샛별들을 보려면 칸이나 헐리웃 레드카펫으로 눈을 돌리지 않더라도 해운대나 남포동 포장마차를 찾으면 된다.
한국영화의 성장에도 역할은 컸다. 부산국제영화제(4회 영화제 개막작 ‘박하사탕’(이창동 감독))가 없었다면 전도연의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과 이창동 감독의 칸과 베니스 영화제 수상(각본상 ‘시’, 감독상 ‘오아시스’)도 늦어졌을 것이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부산 배경 영화는 지역차별과 문화적 왜곡을 막아주기도 했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가 나오기 전까지 조폭과 깡패들의 언어는 전라도 사투리였다. 배우 박노식의 용팔이 시리즈에서 비롯됐고 절정은 드라마 모래시계(1994 ~ 95년)였다.
하지만 ‘니가 가라 하와이.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동수(장동건)의 영화 ‘친구’(2001년) 속 경상도 사투리 대사가 나오면서 조폭들의 사투리 판도가 뒤바뀌었다. 물론 영화 ‘내부자들’(2015년)에서 조직 폭력배 안상구(이병헌)는 여전히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내뱉지만 말이다.
# 부산은 야구의 도시다. 비록 올해 가을 야구에서 롯데 자이언츠가 끝까지 올라가지 못 했지만 성적에 관계없이 부산 홈구장 사직구장은 늘 들썩인다.
신문지 응원, 주황색 쓰레기봉투 응원을 비롯해 온갖 색다른 응원 문화를 탄생시켰고 ‘지금은 어디선가 ~~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 부산 갈매기가 우렁차게 울려 퍼질 때면 응원석 전체가 거대한 노래방을 방불케할 정도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부산 야구의 심장이라는 고 최동원 투수는 1984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혼자 4승을 따내는 투혼을 보이고도 선수협의회 문제 등으로 트레이드의 수모를 겪었고 끝내 자이언츠의 감독 자리에는 오르지 못 했다. 사직야구장 정문에 ‘무쇠팔 최동원 동상’이 2013년부터 세워져 있고 그의 백넘버(11번)가 영구 결번이 돼 있긴 하지만 팬들의 아쉬움은 여전하다.
# 야구와 부산을 영화로 잇는 작업도 있다. 이주노동자를 그린 영화(바리케이드)로 1997년 부산영화제에 초대됐던 윤인호 감독은 현재 ‘에드먼턴 키즈(가제)’라는 영화를 준비 중이다. 부산의 야구 유망주에서 메이저리거로 성장한 이대호와 추신수 등의 학창 시절과 부산의 뒷골목이 주로 그려지게 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영화제목의 에드먼턴은 우승 가능성은 1%도 안 된다던 주위의 평가 속에 선수들이 기적같은 우승(제1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을 일궈낸 캐나다의 지명이다.
뒷바라지도 변변치 못 했던 이들의 성공기는 어쩌면 영화제와 부산야구와도 슬며시 겹쳐진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뤘던 영화 ‘다이빙벨’ 상영 문제로 몇년간 외압시비에 시달려왔고 부산 야구는 선수들에 대한 구단의 과도한 통제, 지원 부족 등 잡음에 시달려왔다. 부산과 야구를 영화로 녹여내려는 윤인호 감독도 소위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등 구설을 겪었다.
역전홈런과 강속구, 경쾌한 타격음을 담아내는 둥근 야구공은 백팔번뇌를 연상시키는 108개의 실밥으로 싸여있다. 영화는 감독이 외치지만, 배우들과 스태프의 땀과 눈물이 담긴 수많은 컷으로 이어진다. 때로는 희극으로 때로는 비극으로 해피엔딩에 대한 희망으로 달려가면서. 제작예정인 영화와 현실 속 추신수와 이대호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