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을 맞이하는 전 세계 디자이너들의 눈과 귀는 이탈리아, 밀라노를 향한다. 세계 최대의 디자인 축제인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중심지인 트리엔날레전시관에서 '한국공예의 법고창신'전시회가 목, 칠, 나전 분야의 장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2013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 처음으로 개최된 한국 공예전은 “유행과 양식을 초월하는, 옛 것이지만 더할 나위 없이 현대적인” 이라는 현지 평론가들의 격찬을 받았다. 해를 거듭하면서 이 전시회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대표하는 전시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 공예의 우수성을 유럽에 알리는 중요한 창구가 되었다.
눈을 국내로 돌려보자. 정작 우리 공예 문화는 어떠한가. 우리는 그동안 전통공예 장인의 예술혼과 뛰어난 작품에 대해서 찬사를 보내면서도, 정작 생활 속에서 공예 문화를 즐기고, 소비하는 부분에는 무관심했었다. 우리 공예품은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제품과 중국, 동남아산 저가 수입 공예품들에 밀려나고 있다. 이제는 전통의 거리 인사동에서조차 우리의 전통 공예품을 찾기 어렵다.
민족의 정서와 지혜가 담겨져 있는 산물인 공예는 전통적인 산업이기도 하지만, 그 나라의 역사적 문화적 자부심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전통적인 기법을 현대적인 디자인과 결합하여 명품으로 발전시킨 이태리,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공예산업 발전 과정을 잘 보아 왔다. 최근에는 공예가 디자인, IT, 관광 등 다른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공예는 대부분의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조업 등 타 산업 대비 월등한 고용 창출 효과를 가지고 있다. 공예 그 자체도 중요한 산업적 기반이 되지만, 지역 고유의 전통 공예와 관광 산업이 결합하여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예전공 인력의 감소는 우리 공예계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공예과를 설치하고 있는 4년제 대학은 44개에서 36개로, 입학생수는 804명에서 698명으로 감소하였다. 전문대학의 경우는 더 크게 줄어들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핸드메이드 제품의 유행과 DIY 문화의 확산 등에 따라 청년 공예가들의 공방창업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창의적이고 역량 있는 청년 공예가들의 시장 진입은 소규모 공방과 제한된 유통망으로 대중화에 한계를 보였던 공예 문화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다.
공예산업이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서는 청년창업자들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선배 공예가들은 공방창업 이후 10년간 시장에서 생존해야 생업으로서 정착될 수 있지만,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결국 공예가 가진 고용창출 능력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수요측면에서의 공예문화 확산과 더불어 초기 창업 공방의 안정적인 경영환경 조성을 통해서 다수의 성공사례를 축적해야 한다. 이는 후발 진입자들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공예산업의 선순환적인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다.
오늘날 글로벌 시대에는 제조업 육성의 산업정책에 있어서 해외시장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지만, 공예산업 발전은 국내 소비자들의 공예에 대한 인식 전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리 공예품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생활 속의 공예문화” 없이는 경쟁력 있는 공예가들을 육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예 문화의 확산은 고부가가치 문화예술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결국 우리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데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