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바흐·한국의 악성' 축제는 계속된다

이승재 국립국악원 선임 기획단원
2018.06.23 06:40

[기고]국립국악원 이승재 선임 기획단원

바야흐로 축제의 시즌이다. 점점 치솟는 기온처럼 지구촌은 이미 러시아 월드컵의 축제에 열광하고 있고 스포츠를 넘어 다양한 문화축제도 이제 막을 올릴 채비에 한창이다. 축구장 열기가 식기도 전에 클래식 음악 축제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오는 7월에, 지구촌 다양한 공연이 선보이는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도 8월이면 관객을 맞이한다.

일찌감치 휴가를 다녀온 필자도 오르간 연주를 전공한 아내 덕에 필자도 얼마 전 독일 라이프치히의 바흐 페스티벌에서 특별한 축제 분위기를 접했다. 바흐 페스티벌은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바흐가 음악 활동을 펼쳤던 라이프치히에서 열흘간 열리는 최대 규모의 바흐 음악 축제다. 위대한 음악가를 중심으로 하는 이 축제는 바흐가 성가대를 지휘했던 성 토마스 교회와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평화혁명이 시작된 니콜라이 교회 등 오랜 역사를 품은 건축물과 콘서트홀인 게반트 하우스 그리고 야외 광장 무대, 라이프치히 역 등 많은 시민들이 몰리는 곳에서 진행됐다.

교회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칸타타와 실내악으로 구성한 바로크음악의 정수를 전했고, 콘서트홀에서는 오르간을 중심으로 하는 수준 높은 연주 무대를, 야외 공연에서는 바흐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중적인 공연이 선보였다. 공연 외에도 바흐 뮤지엄과 아카이브에서는 바흐와 관련된 유물과 기록물을 통해 바흐의 일대기를 추적해보는 일반 관객을 위한 가이드 관람이 이어졌고, 음악 전문가를 위한 다양한 포럼도 곳곳에서 열렸다. 음악의 아버지를 기념하기 위해 모인 다양한 연령층의 뜨거운 환호와 갈채는 바흐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위대한 음악가가 남긴 오랜 음악 유산이 수백 년이 지나도 후대 사람들에게 추억되고 도시 전체를 축제 분위기로 물들이는 것에 새삼 놀라우면서도 우리에겐 이런 유산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떠올려본다. 고전주의로 분류되는 바로크음악은 시기적으로 현전하는 전통 국악의 정악(正樂)과 맞닿아 있다. 제례와 의식을 위해 쓰였던 정악은 신의 영광을 찬미하고 예배를 이끌었던 고전주의 음악과도 유사하다. 고즈넉한 고궁이나 고풍스런 한옥을 중심으로 아정하게 흐르는 정악 선율을 엮어 낸다면 라이프치히의 축제에 견주어 손색이 없을 것이다. 또 우리에겐 삼국시대 가야금의 우륵과 거문고의 왕산악, 조선 세종 시대의 박연으로 이어지는 3대 악성도 있지 않은가.

정악 외에도 최근 아리랑, 강강술래, 농악, 판소리 등 유네스코에 등재된 인류무형문화유산을 중심으로 각 지역마다 전통 공연예술을 바탕으로 하는 축제가 늘고 있고, 작은 규모지만 젊은 국악인들이 펼치는 야외 음악 축제도 빈번하게 만날 수 있다. 국악의 콘텐츠가 그만큼 다양해지고 찾는 관객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립국악원도 지난 6월 16일부터 9월 1일까지 약 3개월간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우면산 자락아래 연희마당에서 펼치는 야외 국악 축제 '우면산 별밤 축제'의 막을 올렸다. 올해로 5년째 접어든 국립국악원의 야외 축제는 매회 천여 명의 관객들이 몰리면서 이제는 좀처럼 객석을 잡기 어려워 간이의자를 개별적으로 가져오는 관객이 있을 정도로 많은 호응을 얻으며 이 시대 국악을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저무는 해가 능선에 닿아 가까운 봉우리들로부터 어둠 속으로 불려가는 저녁 무렵'(우륵을 그린 김훈 작가의 소설 '현의 노래'의 한 구절) 낮에 본 책 한권을 끼고 우면산 자락을 뒤로 하고 아이들과 연인들과 국악의 선율에 빠져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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