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가면 쓴 초개인화 시대가 시작됐다"

김고금평 기자
2019.10.25 05:00

[인터뷰] ‘트렌드코리아 2020’ 낸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면 뒤에 감춰진 현대인의 진짜 욕망은?

10개 키워드로 묶어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트렌드 코리아 2020'낸 김난도 서울대 교수. 그는 "내년에는 더 파편화한 다중적 정체성을 지닌 '멀티 페르소나'가 화두가 될 것"이라며 "기업은 더욱 소비자의 시시각각 변하는 미세한 움직임과 생각을 정조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이제 간단한 개인화가 아닙니다. 복수의 가면을 쓴 초개인화 시대에 접어들었어요. 강한 유대감보다 느슨한 연대의 움직임이 본격화할 겁니다.”

소비 패턴을 통해 그해 중요한 트렌드를 분석해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트렌드 코리아 2020’을 통해 ‘작은 히어로’에 주목했다. 내년 쥐띠 해를 맞아 내세운 10개 키워드는 ‘MIGHTY MICE’(마이티 마이스)‘다.

김 교수는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유목적 사회가 되면서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멀티 페르소나’(복수의 가면) 움직임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풀어내는 키워드로 영어 알파벳 10개를 쥐띠 해에 맞게 내놓았다. M(Me and Myselves, 멀티 페르소나‘, I(Immediate Satisfaction:the ’Last Fit Economy’, 라스트핏 이코노미) 등 단축 키워드에는 소유보다 경험에 관심이 많은 밀레니얼 세대들의 다양한 정체성을 다룬 흐름이 응축돼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인터넷 가면이 강화되고 성형외과를 찾는 이들이 연예인 사진보다 달라진 친구 프로필 사진을 보여주는 등 다면화한 개인성이 발현되는 셈이죠. 정체성이 순간순간 다양해지는 분화된 자아를 경험한다고 할까요?”

한강에서 같이 뛰는 동아리를 예로 들면 옷은 같이 맞춰 입지만, 친한 관계는 아닌 상황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속마음을 거침없이 털어놓는 경우가 그렇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 /사진=뉴시스

김 교수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 더 솔직한 것은 다시 만날 일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이젠 강한 유대감보다 느슨한 연대가 사회적 관계의 중요한 언어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를 소비자 패턴에서 보면 물건을 소유하는 강한 유대보다 경험을 통한 느슨한 연대 관점에서 ‘스트리밍 라이프’(렌털, 구독, 리스 개념)가 활성화하고, 개인의 독립성과 주체성에 대한 욕구 반영으로 컨슈머에서 ‘팬슈머’(소비자 직접 관여) 양상으로 번지기도 한다.

‘특화생존’이나 ‘초개인화 기술’ 역시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의 미세한 취향을 저격해야 하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과 맞닿아있다.

김 교수는 “얼마 전만 하더라도 100명에는 100개 시장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같은 인원에 1000명 시장이 존재할 정도로 시장은 초미세화하고 있다”며 “한 개인에 숨어있는 다양한 페르소나와 연관 지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구매 기준에서 ‘라스트핏’(마지막 고객 접점)의 만족도 중요해진 시대다. 이제 소비자는 상품의 질이 아닌 언제 배송되는지, 어떤 포장인지 등 최후의 발견에서 느끼는 만족도가 구매 행위의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의미다. ‘배송의 라스트핏’뿐만 아니라 지하철에서 내린 후 킥보드 등으로 마지막 목적지로 가는 ‘이동의 라스트핏’이 대표적 사례다.

밀레니얼 세대의 ‘공정성’ 개념도 ‘페어플레이’라는 키워드로 강조된다. 김 교수가 실제 학생들에게 시험 기간 주관식 문제를 포기하고 객관식 문제를 내는 것도 ‘페어플레이’의 일환이다. 교수 주관에 따른 성적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 세대의 특징 때문.

10개 키워드로 묶어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트렌드 코리아 2020'낸 김난도 서울대 교수. /사진=뉴시스

김 교수는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온 배경에서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평등의식보다 더 강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이 세대들은 자신들의 노력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경험을 가지고 있어 불공정에 대한 대항 능력이 더 크다”고 해석했다.

또 이 세대는 스펙 쌓기처럼 타인지향적인 목표보다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자신에 대한 성장을 중요한 덕목으로 여긴다. 이른바 ‘업글인간’이다. 간단한 취미 활동을 깊은 전문가처럼 해내며 ‘노래하는 간호사’ 같은 타이틀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김 교수는 “미세화한 유목적 소비자의 증가는 얼어붙은 경제에 새로운 시장과 소비를 창출해 사회적 역동성을 강화한다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설리 사건’처럼 페르소나 뒤에 숨어 쏠림 현상을 부추기는 부정적 효과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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