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2001년부터 시작된 롯데건설의 ‘롯데캐슬’ 아파트 광고 슬로건은 이후 ‘아파트 정체성’의 시대를 열었다. 아파트라고 해서 다 아파트가 아니고 연예인 못지않은 ‘급’이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었다.
‘나는 현대에 살고 너는 삼성에 사는 나라’라는 말은 부동산에 미쳐 돌아가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저자는 한국이 진보-보수 정권이 번갈아가면서 발전시켜온 약탈 체제라고 말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사회에서 역대 정권들이 부동산을 통해 어떻게 ‘합법적 약탈 체제’를 만들어왔는지 책은 구석구석 살핀다.
합법적 약탈은 내 집 마련해보겠다고 뼈 빠지게 일해 저축한 사람들, 전세-월세 값이 뛰어 살던 곳에서 쫓겨나게 된 사람들의 처지에서 보면 폭력으로 빼앗은 약탈보다 나쁜 약탈이다.
저자는 “약탈의 기득권자들이 스스로 약탈을 중단하는 법은 없다”며 “부동산 약탈은 그래서 우리가 가장 경계하고 분노해야 할 악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꿈꾼 새로운 세상은 부동산 약탈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한 채당 3억 1400만원(지난 정권 대비 52%) 폭등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오히려 1500만원 하락했다. 조세를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정책을 한사코 반대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서울 강남에는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강북에는 뉴타운 개발을 통한 자산 증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후 이를 밀어붙였다.
그럼에도 부동산 약탈을 막는 데에 진보 정권보다 나은 점도 있었다니,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문재인 대통령에겐 ‘부동산 투기와 같은 불로소득은 용납할 수 없다’는 신념이 있었을지라도, 행동으로는 사실상 불로소득을 장려하는 정책을 써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간파한다.
저자는 “이 정부는 ‘발전의 균형’이 아니라 ‘투기의 균형’을 이뤘는지도 모르겠다”며 “부동산 약탈을 외면하는 진보좌파는 가짜”라고 정의했다.
◇부동산 약탈 국가=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328쪽/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