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보르게세 Villa Borghese>는 윌렘 드 쿠닝이 1960년 로마에서 황홀한 기억을 안고 뉴욕으로 돌아온 후, 로코코풍 핑크와 모랫빛 노랑, 연한 신록색과 푸른 물웅덩이색을 대담한 붓질에 담아 로마의 유명 조경 정원을 기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주간 중, 탁월하게 빚어낸 풍성한 전시로 각광을 받은 아카데미아 미술관의 <윌렘 드 쿠닝과 이탈리아>전에서 단연 최고 인기작이기도 하다. 전시회 포스터 이미지로 사용된 <빌라 보르게세>는 긴 세월을 겪은 광장의 풍화된 벽들을 가로질러 다리, 수상버스 등 베니스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선명한 색채와 유동적 형태, 풍부한 느낌의 드 쿠닝 작품들은 마치 원래 베니스에 있었던 양 지극히 편안해 보인다. 이 물의 도시와 그가 사랑했던 티치아노과 틴토레토의 살집 있는 형상들로 가득한 작품들 사이에서 말이다.
거의 이십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 미술관에서 열린 드 쿠닝의 전시회는 이탈리아가 어떻게 이 네덜란드 출신 미국 화가의 예술을 두 번에 걸쳐 변화시켰는지를 설득력있게 탐색한다. 전시는 그의 회화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킨다. 또한 로마에서 시작되었고 로마의 영감에 대한 응답이기도 한 드 쿠닝의 조각들을 전시장 중앙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청동 조각들은 폭발적이고 코믹하기도 하며, 2차원의 캔버스에 묶인 인체를 공간으로 이끌어내 확장시키고 해방시킨 강렬한 존재들이다. 울룩불룩 굴곡지고 비틀린 표면은 작가가 점토를 주무르고 찌르고 쥐어짠 흔적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그의 회화에서 느껴지는 액체같고 미끄러운 촉감을 드러낸다. 회화와 조각 두 영역에서 드 쿠닝은 형태를 변형시키고 재구성하며, 쌓아올리고 긁어내린다. 왜냐하면 드 쿠닝에 따르면 인체는 "이상한 기적처럼 마음대로 뒤틀 수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거대한 팔을 한껏 늘어뜨린 다부진 체격의 무용수 <다리를 꼰 인물 Cross-legged Figure>(1972)과 받침대를 벗어난 다리에, 담배를 쥐듯 올린 손, 천박한 미소를 지은 채 막대에 기댄 <접대부 Hostess>(1973)는 천연덕스럽고 경쾌하다. 수직의 긴 목재에 젖은 물감을 겹칠해 올린 풍경화 <여인, 새그 항구 Woman, Sag Harbor>(1964)나 <아카보낙의 여인 Woman Accabonac>(1966) 속 인물들이 그림에서 막 걸어나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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