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줘도 못 봐"…브로드웨이 휩쓴 이 뮤지컬, 인기 심상찮네

오진영 기자
2025.11.08 08:00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모습. / 사진 = NHN링크 제공

6일 저녁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 수백명이 몰렸다. 젊은 여성과 노부부 외에도 아이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손에 티켓을 들고 공연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일본에서 관람을 위해 찾아온 팬들도 눈에 띄었다. 중국 국적의 A씨(31)는 "배우들이 너무 멋있고 구성도 신기하다"며 밝게 웃었다.

최고 권위의 '토니상'을 휩쓴 국내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연일 매진 행렬에 굿즈(기념품) 판매와 배우들의 인지도도 높아졌다. 티켓 정가(9만원)의 3~4배 이상 웃돈을 줘도 티켓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암표상까지 등장할 정도다. 현재 예매가 가능한 11~12월 공연은 R석과 S석 전석이 매진된 상태다.

6일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시작 전 팬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 사진 = 오진영 기자.

가장 큰 특징은 '회전문 관객'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회전문을 돌듯 여러 차례 공연장 문을 드나드는 관객들이 고정팬층으로 자리잡았다. 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입소문을 내자 관심도 늘었다. 2016년 초연 때부터 '어쩌면 해피엔딩'을 봤다는 한 팬은 "SNS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국내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일본, 대만 등 국제 무대 진출도 앞두고 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뮤지컬 강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국 뮤지컬의 국제 위상을 높일 것이란 기대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과는 현지화 없이도 우리 뮤지컬이 해외에서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인간적이어서 인간적인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모습. / 사진 = NHN링크 제공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는 로봇인 '헬퍼봇'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오래돼 주인에게 버려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로봇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에 살다 서로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다뤘다. 수십여년이 지나 이들을 만든 회사가 수리용 부품조차 생산하지 않게 됐을 만큼 '고물'이 된 이후다.

배경은 서울과 제주 사이를 차로 오갈 수 있는 해저 터널이 뚫린 미래다. 주인공들 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한 배우가 연기한다는 점 외에도 철저히 비인간적이라는 점이다. 수없이 인사를 건네도 대답 없는 우편배달부, 로봇을 비웃는 전 주인의 가족, 게임에 빠져 손님을 신경쓰지 않는 모텔 직원 등. 반면 주인공들은 철저히 인간적이다. 웃고 울고 화내며 관객과 교감한다.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밝지만 일부 대목에선 암울하다. 끝이 예견된 사랑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관객들이 '다음에는 이렇게 되겠지'라고 예측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로봇들을 노부부나 불치병 환자에 대입하면 소재 자체가 신선하지는 않다. 하지만 탄탄한 구성과 대사, 흡인력 있는 노래를 바탕으로 지루하지 않게 극을 이끌어 간다. 배우들의 호연도 인상적이다.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장 모습. / 사진 = 오진영 기자.

무대는 좁지만 소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기발한 장면 전환을 만들어 낸다. 여행용 캐리어가 자동차로 변신하거나 방 집기를 뒤집으면 모텔 벽이 된다. 어느새 숲으로 뒤바뀌어 반딧불이가 불을 밝히는 장면 등에서는 관객의 경탄이 쏟아진다.

극의 설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사전에 정보를 알지 못하고 관람했을 때 이해가 쉽지 않는 듯한 부분도 있다. 전 주인이 '올리버'를 버린 이유나 클레어가 혼자 아파트에 살게 된 이유, 마지막 결말 등 의도적으로 설명을 배제한 부분에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박천휴와 윌 애런슨이 각본을 쓰고, 작사·작곡을 도맡은 작품이다. 2016년 초연해 앵콜과 재연을 거쳐 현재 육연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뒤 제78회 토니상에서 작품상 등 6관왕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