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지수 상승으로 시중 유동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공연예술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늘어나는 관람 수요가 대중음악과 뮤지컬 등 일부 분야에 집중되면서 연극·순수음악·국악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일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연초 공연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기준 누적 티켓 판매액은 2503억여원으로 전년 동기(2069억여원) 대비 434억원 늘었다. 공연이 집중된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중음악과 뮤지컬 판매액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대중음악은 113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3억원 늘며 1위를 기록했고, 뮤지컬은 1065억원으로 같은 기간 125억원 증가해 뒤를 이었다.
반면 국악(3억 8000만원), 무용(6억원),서커스(15억원)은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이 중 국악과 무용이 특히 심각하다. 공연 건수는 134건으로 뮤지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립예술단체 관계자는 "공연 관람 수요가 일부 종목에 집중되면서 다른 종목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감이 있다"며 "대중음악과 뮤지컬의 인기가 높아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연초 감소세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공연 관람 수익이 예술단·제작사의 수입과 투자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공연예술 특성상 저조한 수익은 업계 전체의 축소로 이어진다. 국악이나 무용, 서커스 등 전승자가 점차 줄어드는 분야는 다른 수익원이 없기 때문에 피해가 더 크다. 지난해 12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25 공연예술조사'에 따르면 공연시설의 재정자립도는 38.8%에 그쳤으며 공연단체도 48.9%였다.
당분간 침체는 이어질 전망이다. 제작사들이 공연 건수와 회차를 늘리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으나 유명 배우 출연작이나 인기 작품 등 특정 작품에 수요가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500석 미만 소극장에서 이뤄지는 공연들은 티켓 판매 부진으로 상연이 취소되는 일까지 빈번하다. 지난달에도 대학로에서 예정된 A연극과 서초구의 B클래식 공연이 취소됐다.
공연예술계는 부진 개선을 위해서는 대중과의 접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역 거점 공연장 기반의 공연 기회 확대, 낮은 수준의 유료 관람료 책정, 수요가 높은 2030 여성 유입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기업의 후원 확대도 해법이 될 수 있다. 한국메세나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문화예술 후원 규모는 2016년 2025억여원으로 2000억원대를 넘어선 뒤 9년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지 못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 예술단 관계자는 "대기업이 후원하는 공연이라는 이름표만으로 대중의 관심도를 확 끌어올릴 수 있다"며 "투자 규모가 커지면 콘텐츠의 수준이 오르고 수요가 다시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