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광주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된다. 관리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논의된 적 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법안이 아직 살아있어 학교와 학생, 졸업생 등은 단체 반발을 준비 중이다.
5일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한예종과 총학생회, 총동문회 등은 한예종 광주 이전에 대한 대응을 논의 중이다. 지난달 총학과 학교가 연달아 반대 성명을 냈고, 앞으로도 졸업생, 교수, 관련 인사 등이 대규모 반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위나 수업 거부 결의 등 강경 대응 주장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예종 출신의 한 문화예술계 인사는 "법안이 완전히 철회될 때까지 (관련 인사들이) 연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의가 불거진 것은 지난달 22일 광주를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들이 '한예종 이전 법안'을 발의하면서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인은 "광주·전남의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고 지역 예술인의 수도권 유출도 심각하다"며 한예종을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성북·서초·종로에 있는 한예종을 광주로 옮겨 광주·전남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자는 취지다.
법안은 현재 국회 문체위에 회부됐으며 이후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15인의 문체위 소속 위원 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명이고 국회에서도 다수당이기 때문에 통과 가능성이 낮지는 않다. 한예종 위치 규정이 모호해 법안과 관계없이 이전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예종은 문체부령인 한예종설치령에 따라 운영되는데 소재지는 문체부 장관이 결정하며, '서울에 두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한예종의 이전 논의는 2009년 시작됐다. 성북 석관동 캠퍼스 일부가 세계문화유산인 의릉 보호구역에 편입되면서 국가유산청이 보존을 위해 캠퍼스를 옮겨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다. 학생들은 서울 송파구를 선호하나 고양과 과천, 하남, 세종, 광주 등도 유치 후보지로 거론된다. 광주전남특별시장 후보인 민형배 의원도 최근 공약으로 한예종 이전을 내걸었다.
다만 문체부는 광주를 포함해 한예종의 지방 이전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지난 2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광주로 한예종을 옮긴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다"며 "다양한 의견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결정돼 추진하려는 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문화예술계는 이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비판한다. 교육 구조와 필요 예산 등을 고려하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에 집중된 문화 인프라 현실을 감안하면 학생들은 다른 서울 예술대학을 선택할 것이고, 결국 한예종의 경쟁력만 잃게 된다는 비판도 있다. 한예종 총학 관계자는 "전업 예술인들의 50~60%가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현실에서 (이전은) 오히려 서울 중심주의만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교를 지방에 두더라도 서울 캠퍼스를 남겨두거나 이전 지역의 문화인프라를 늘린다는 절충안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임윤찬·손열음 등 국제 무대를 휩쓰는 '대형 스타'들의 탄생을 위해서는 국제 교류가 활발한 서울 외의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매년 한예종 입시 경쟁률이 수십대 1이 넘는 이유는 해외 진출 거점인 서울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