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적인 관광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관광업계는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와 우수한 인프라가 반영된 결과라며 올해 큰 폭의 관광수지 개선을 기대한다.
12일 머니투데이가 한국관광데이터랩의 2019~2026년 외국인 관광객 소비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4월 누적 소비액은 6조99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1위였던 지난해 1~4월(4조9745억원)보다 22.6% 급증했다.
최근 다른 국가들이 관광객 숫자와 소비 감소에 시달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상승세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본은 올해 1~3월 중국(56%↓), 중동(30%↓) 등 주요 해외 관광객이 줄어들었다. 태국도 방콕·파타야 등 주요 관광지의 예약이 30~40% 급감하며 3~4월 관광 지출이 7~8% 쪼그라들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 이후 아시아권에서는 한국과 대만이 큰 영향 없이 선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광업계는 우수한 인프라와 K컬처 선호도 외에도 낮은 물가를 주된 요인으로 지목한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관광 비용 상승에도 우리나라는 다른 주요 국가에 비해 교통·숙박 등 비용이 저렴한 수준이다. 우리 국민들은 일부 국내 관광지·숙소의 바가지 요금으로 '차라리 해외여행이 낫다'고 평가하지만, 오히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한국이 싸다'는 인식이 크다는 의미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야놀자리서치가 지난달 발표한 '주요 도시 가격 경쟁력 분석'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의 평균 숙박 가격은 13만3435원, 7만 8666원으로 런던, 베를린, 뉴욕 등은 물론 일본 도쿄(20만 8539원), 싱가포르(18만 9689원)보다 낮다. 한국의 PLI(미국 물가 대비 물가 수준)도 0.59로 홍콩(0.72), 일본(0.62)보다 낮았다. 대중교통 가격도 서울과 부산이 주요 국가 도시 중 최저 수준이었다.
관광비용 부담이 커진 시기에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 수요가 국내로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화 환율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 감소, 다른 관광형태에 비해 소비액이 큰 의료웰니스의 수요 증가세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대만을 대상으로 하는 한 여행사 대표는 "단순히 관광지를 방문하는 여행뿐만 아니라 체험형 콘텐츠, 병원 방문 등 여러 형태의 여행 문의가 전년보다 최소 50% 이상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우리 국민의 국내 여행 수요도 꾸준히 오르고 있어 올해 큰 폭의 관광수지 개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4월 기준 국내여행객은 10억390만명, 국내 관광소비는 52조704억여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5.2%, 5.1% 증가했다. 여행 플랫폼 클룩 관계자는 "한국 여행 선호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글로벌 여행 시장에서 여행 수요가 지속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