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불확실성 해소, 청년 일자리 지원 위해 대타협 반드시 이룰 것"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 NCS채용이 능력중심사회로 가는 양쪽 바퀴"
-"민주노총, 조합원만 생각말고 조합원 아들 딸까지 생각해야"
"4월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고용노동정책에 만우절(4월 1일)은 없다."
인터뷰 내 차분한 말투로 설명하던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 이후 계획을 물었을 때다. 그는 "구조개선의 목표는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청년의 일자리를 어렵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4월(대타협 이후) 계획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만우절' 발언은 중의적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대타협 시한인 3월을 절대 넘기지 않겠다는 것, 둘째는 일부의 우려처럼 알맹이가 없는 '타협을 위한 타협'이 되도록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 고용노동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만우절 농담은 언감생심이다. 각종 이슈가 경기침체와 엮이면서 박근혜정부를 흔드는 폭발력을 갖게 됐다.
이 장관은 "노동시장구조개선은 내년 60세 정년 시행을 앞두고 장년의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보호하면서 청년층에도 고용절벽이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대 현안인 통상임금·근로시간단축·정년연장에 대해 분명하게 합의를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성과에 따른 평가제도(임금·고과) 도입과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채용을 통한 능력중심사회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대화를 촉구하면서 태도 전환을 요구했다.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자녀세대의 위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 장관은 이들을 직접 설득하기 위해 오는 18일 울산으로 향한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조합원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 장관과의 인터뷰는 지난 15일 고용노동부 서울지방청에서 이뤄졌다. 대타협 시한을 보름 가량 앞둔 시점, 사실상의 중간점검이었다.
-노동시장 구조개선, 왜 지금인가.
▶화제의 영화 '국제시장'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책임감과 소망이다. 주인공이 독일 광부로도 가고 월남도 가고 자기 꿈을 접고 꽃분이네 가게를 지키는 것. 그게 선배 세대의 책임감이다. 그럼 우리 세대의 책임감은 뭔가. 청년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것이다.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면 나는 좋지만 우리 아들은 어떻게 하나. 정년 60세 시행은 우리사회에 엄청난 충격이다. 기업들이 내년 사정을 전망할 수 없으니 채용계획을 못 세운다. 정년 60세로 가면 3년간 청년 못 뽑는다는 기업도 있다. 그럼 고용절벽이 온다. 그러기 전에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하자는 것이 구조개선의 출발점이다. 불확실성을 해소해줘야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구조개선의 궁극의 목적은 아들딸 세대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다. 더이상 미룰 수 없다.
-노사정위에서 어디까지 논의됐나.
▶1·2분과 나눠서 전문가의견 받았는데 1분과는 소위 노동시장의 핵심 룰에 해당되는 통상임금 정의, 근로시간 단축문제, 정년연장 문제 등을 다뤘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파트타임을 해야 하는데 아직 잘 안된다. 그래서 고용률 격차가 나온다. 임금체계는 단일호봉으로 연공급 체제가 돼 있다보니 50대만 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다 나간다. 나간 사람들 임시직이나 자영업자로 돌아서는데 보수가 직장생활 당시의 3분의 1이다. 그래서 지금 일자리에서 정년까지 가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동시에 아들·딸 고용절벽 문제까지 함께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통상임금·근로시간단축·정년연장 3대 현안을 1분과에서 논의해 특위(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에 보고했다. 그 다음 2분과에서 이중구조 해소 문제, 사회안전망 문제 등 나름 정리해서 보고했다. 앞으로 2~3주간 특위서 본격적으로 논의하며 방향을 잡을 것이다.
-현안이 워낙 많다. 어느 정도 선까지 대타협안에 포함할 것인가.
▶내년 정년 60세 도입을 앞두고 시급한 과제는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3대 핵심과제는 꼭 들어가야 한다. 정규직 채용을 어렵게 하는 제도에 대한 해소방안 마련 계획, 정규직을 쓰는 저해 요인을 해소해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를 해소할 방안 등도 넣어야 한다. 특히 인건비 절약을 위해 비정규직 남용하는 것들은 반드시 이번에 입구를 막아야 한다. 특위에서 논의를 하며 구체화 될걸로 보고 있다.
-대타협안은 어떤 형태로 발표되나.
▶지금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특위에서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목표는 분명하다.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없애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지금 있는 근로자들도 정년까지 갈 수 있다. 두번째는 청년의 일자리를 어렵게 하면 절대 안된다는 점이다. 청년의 일자리를 어렵게 하지 않으려면 일자리의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대타협 이후의 일정은 일절 생각하지 않는다. 이기권의 사전에 4월은, 만우절은 없다. 필요하다면 며칠간 밤샘토론을 하더라도, 이달 중 반드시 대타협을 이루겠다.
-각론으로 들어가서, 임금체계 개편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나.
▶국민들에게 물으면 일한 만큼 보상받는 제도를 원한다는 응답이 90%다. 호봉제 찬성의견은 9% 정도다. 그러려면 능력과 성과를 어떻게 나누고 측정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기준은 기업 스스로 만들되 정부는 이 과정에서 사례와 자료, 전문가 조언을 모두 지원해줘야 한다. 그렇게 해도 일본이 임금체계 개편에 10년 이상 걸렸다. 당장 다 해낼 수는 없다. 그래서 올해 임금피크제가 엄청나게 중요하다. 장년 60세까지 가면서도 청년고용이 줄지 않도록 임금피크제 보강해야 한다. 직무성과급과 NCS채용은 우리 사회가 학벌, 연공서열 중심 사회에서 능력중심사회로 가도록 하는 왼바퀴와 오른바퀴다. 능력중심으로 임금체계를 바꾸고 그걸 통해 승진하게 하고 채용도 능력중심으로 하도록 한 후 4~5년 시스템이 굴러가면 학벌중심이 이끌어온 대한민국 2.0이 능력중심이 이끄는 3.0이 된다.
-일자리를 놓고 장년과 청년이 경쟁하게 되진 않을까.
▶사회 전체적으로 괜찮은 10% 대기업 정규직, 공공기관의 노조나 거기에 종사하는 임금근로자가 진정으로 사회적 책무의식을 가져야 한다. 아니면 내년 청년 고용절벽이 불가피 하다. 그래서 대기업, 공공기관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그 몫이 반드시 1차를 거쳐 2~3차 협력업체로 가도록 해야 한다. 그게 중견중소기업의 근로조건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중견기업에 청년들이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공감대를 이뤄내는게 매우 중요하다.
-이미 임금 동결한 대기업도 있다.
▶삼성이 올해 임금을 동결했다는데 연말 성과급 포함하면 4% 올랐다고 한다. 과거보다 낮다. 경총은 1.6% 인상안 냈다. 이렇게 올린다면 여기서 남은 재원이 반드시 2~3차 협력업체로 가야 한다. 물론 기업이 임금 인상률을 낮추거나 동결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통상임금에 상여금 포함 여부도 불투명하고 근로시간 문제가 어떻게 결정날지도 모른다. 그게 어떻게 정리되는지 봐가며 임금도 조정하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려운 쪽에 더 줘야 한다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동반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납품단가 인상 시스템을 만들고, 세금 시스템을 갖고 도와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세 지원 시스템을 만들고 법으로 규율하다보면 대기업들의 정확한 2~3차 협력업체 지원 실적도 집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대의 노사가, 기업들이 해야 할 가장 근간의 책무다.
-민주노총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 들어야 할텐데.
▶정부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오래 전 통계지만 국민들에게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이 뭐라고 보느냐"고 물었더니 90% 이상이 노사정위 나가서 당당히 협상하라고 했었다. 민주노총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가 아니다. 대한민국 법에 의해 근로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라고 설립한 것이다. 그 책무를 다해야 한다. 이미 노사정위라는 사회적 협의기구가 법을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다. IMF사태 직후 노동계가 상설화를 요구해서 만든거다. 그런데 참여를 거부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노동단체의 책임있는 자세는 아니다. 전체 근로자를 놓고 생각하고, 조합원들의 아들딸까지 고민해야 한다. 대화하기 전에 파업날짜를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정규직 정책방향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비정규직 채용은 더 이상 남용되지 않게 확실하게 입구를 정리하겠다. 비정규직을 쓰면 인건비가 더 들어가는 구조를 만들겠다. 회사에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복지는 비정규직에게도 분명히 주도록 하겠다. 또 개념상 비정규직이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열악하다고 보는 사내하도급에 대해서는 반드시 질서를 잡겠다. 2년마다 바뀌면 고용불안이 너무 크다. 그래서 조금 더 있으면서 정규직 가능성을 높여주고 정규직 되는 과정에 정부가 예산지원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관련 논의가 한창이다. 고용부 입장은 어떤가.
▶현장에서 중소기업 분들을 만나면 한계에 왔다고들 한다. 창신동 옷가게 가서 최저임금 지켜달라고 부탁하면 "최저임금 책임지라면서 내가 우리집에 1년에 500만원도 못 가져가는 것은 왜 도와주지 않느냐"고 한다. 그 분들의 어려움 잘 안다. 하지만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인 25%나 되는데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청년고용 문제 해결이 어렵다. 한계선상에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다른 대책을 고안해 지원하겠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낮게 가져갈 수는 없다. 그게 박근혜정부의 철학이다. 인상율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언급하기 적절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