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경제 무너지면 한국은행이 책임지나요?"

유엄식 기자
2015.06.19 07:00

“가계부채 문제로 한국경제가 고꾸라지면 한국은행이 책임지나요”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업무보고 현장.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은이 저금리 통화정책으로 정부의 무분별한 부동산 부양책을 뒷받침해 가계부채 폭증세를 부채질했다고 이같이 비판했다.

“가계부채 문제는 정부와 협의해서 처리하겠다”는 일상적 답변이 예상됐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의외의 답을 건넸다.

“한은에 부여된 책무가 두가지인데 실질적인 정책수단은 한가지입니다. 정책수단이 있다면 할 수 있겠죠”

이 총재가 여기서 말한 두가지 책무는 물가안정와 금융안정이다. 정책수단 한가지는 기준금리다. 금리 하나만으로 두가지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한은에 금융안정 책무가 부여된 것은 2011년 한은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이 중앙은행에 금융 시스템리스크 관리를 맡기는 트랜드가 반영됐다.

이후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한은은 정치권과 언론의 집중포화 대상이 됐다. 어찌보면 실제 책임자인 정부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짊어진 모양새다.

매달 금리결정 시기만 다가오면 가계부채 문제가 거론된다. 그도 그럴 것이 한은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계부채는 ‘폭증세’다. 올해 1~5월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매월 월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25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로 부동산 시장 기대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도화선이 됐다. 한은도 이런 현상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금 금리를 높이면 가뜩이나 꺾인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경기가 좋지 못해 통화정책 효과의 모순성이 더 커졌다.

이 총재가 국회에서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이유다. 한은 내부적으로 가계부채와 관련해 금리 이외의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한은법에 명시된 ‘총량 규제’를 두번째 정책대안으로 제시하는 한은 고위 인사들이 많다. 한은이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부채탕감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되면 금융기관 대출요건을 제한토록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주는 방식이다.

다만 이런 논의들이 현실화되려면 선결조건이 있다. 바로 한은만의 정체성과 독립성 확보다. 경제분석과 정책권고에 있어 지금보다 더 뚜렷한 목소리를 내야한다. 이날 정희수 기재위원장이 ‘한은이 생각하는 가계부채 위험수위는 어느 정도인지’, ‘미국과 금리가 얼마나 차이나면 자본유출 위험성이 커지는지’ 질문한 것에 나름의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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