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용의 사과와 대통령의 사과

이하늘 기자
2015.06.25 03:30

지난 23일 오전 11시 삼성전자 서초사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메르스 확산과 관련한 대국민사과를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 삼성서울병원의 운영주체인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으로서 직접적인 사과에 나선 것.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머리 숙여 사죄" "죄송" "끝까지 책임" "책임을 통감" 등 직접적인 표현을 수 차례 했다. 앞으로의 대책방안을 공개하고 의료진에 대한 성원을 부탁하기도 했다.

같은 시각 국회 본회의장. 여야 의원들이 황교안 국무총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게 대정부질문을 했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정부 대응과 책임을 묻는 발언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노웅래 새정치연합 의원은 황 총리에게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조언하라고 요구했다. 황 총리는 "제게 맡겨달라" "대통령이 종합해서 판단하실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문 장관 역시 "메르스의 빠른 확산 이유가 뭐냐"는 남인순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문에 "한국의 병원 문화가 원인"이라며 △병원쇼핑 △밀집한 응급실 △병문안 문화 등만을 들었다.

같은 시간 삼성과 정부의 전혀 다른 대응은 여론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에서 삼성에 대한 비판여론은 확연히 가라앉았다. 한 대기업 홍보인사는 "삼성의 대국민 사과는 변명 없이 담백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대응책 마련 등 대책을 명확히 밝혔다"며 "홍보인 사이에서는 이번 사과가 기업들의 위기관리 '바이블'이 될 것이란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여당 내 일부 인사는 "메르스 사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적인 책임이 없고 대통령이 사안마다 사과하는 것은 정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며 대통령의 사과에 부정적이다.

'직접적 책임' 여부를 떠나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다. 보건복지부 장관에 연금전문가 경제학자인 문 장관을 앉힌 것은 박 대통령이다. 차관 역시 보건분야의 문외한이다. 정부조직을 구성하면서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제를 도입하지 않은 것도 박 대통령이다. '사과는 리더의 언어이자 존경과 신뢰를 받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 정재승 KAIST 교수와 김 호씨가 내놓은 '쿨하게 사과하라'는 책의 일부 내용이다. 이하늘 정치부 isk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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