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추경발표서 끝까지 안나온 숫자

세종=김민우 기자
2015.06.26 03:30

'추경을 편성하지 않았을 경우 올해의 성장률 전망치.'

정부가 25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방침을 발표하면서 끝까지 밝히지 않은 수치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을 포함해 총 15조원 이상 재정보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스로 소비와 서비스업은 세월호 사고 때보다 더 위축됐고 당분간 부정적 영향이 경제 전반에 미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기재부도 6월 1~2주차 내수지표 속보치를 보도자료를 통해 기자들에게 배포하며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알렸다.

그러나 정부가 빠뜨린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투명한 정보를 공개해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이다. 정부는 이날 추경을 전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발표했다. 그러나 추경을 하지 않았을 경우는 "2%대"라고 얼버무렸다. 추경발표 전 '추경을 했을 경우'와 '하지 않았을 경우'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비교할 수 있도록 수치를 같이 제시해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기재부는 "(추경을 한 후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마지막 숫자만 낸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6월 셋째주 내수지표 속보치 공개도 거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메르스발 경제충격이 좀 수그러든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한다"고 밝혔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일부 기자가 기재부에 3주차 내수지표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하자 거절했다. 급격히 안 좋은 모습을 보인 1~2주차 내수지표는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는 3주차 지표는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추경편성의 추진동력이 꺾일 것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갑작스런 외부충격으로 인한 내수부진에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태도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판단의 근거가 될 자료를 속시원히 공개하지 않은 점은 '정부의 일방통행'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전세계적 저성장 시대에 성장률 2%후반대가 과연 추경을 할 만한 요건인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은 상황에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이 선행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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