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사상 처음 6000원대로 결정된 지난 9일. 인터넷 게시판엔 '이런 시급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누리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일각에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형편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용·노동분야 최고 싱크탱크인 한국노동연구원 수장의 생각은 달랐다. 방하남 노동연구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부터 적용될 시간당 최저임금 6030원은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최저임금이 너무 급격히 오르면 고용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 원장은 사실 이번 최저임금 수준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박근혜 정부 첫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그는 사상 최초 최저임금 5000원대 시대가 열리는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보며 정책을 조율했다. 그가 장관에 임명됐을 당시인 2013년 시급 4860원이 이듬해엔 5210원(2013년 결정)으로 7.2% 올랐고, 2015년엔 5580원(2014년 결정)으로 7.1% 상승했다. 그래서 이번 최저임금 6000원 시대 개막에 대한 소회도 남다르다. 최저임금이 2년간 1000원 이상 오르며, 6000원대 시대의 초석이 다져질 때 장관을 지냈기 때문이다. 지난달 8일 친정인 노동연구원의 수장으로 복귀한 방 원장을 만나 최저임금을 비롯해 노동시장 구조개혁 등 산적한 고용·노동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 사상 최초로 시간당 최저임금 6000원대 시대가 왔다.
▶ 박근혜 정부는 보수 정부다. 2년전 이 보수 정부에서 최저임금 5000원 시대를 열었고, 내년부턴 6000원 시대가 된다. 상당히 전향적이라고 본다. 매년 7~8%씩 인상한건데,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계측이 수용한 것이라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이번 최저임금이 적정하다고 보나.
▶ 최저임금위원회의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많았다. 수차례 협상을 통해 시급 6030원으로 결정했는데, 이 정도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고용부 장관 시절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과정을 봤는데,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갈등이 발생하는 프로세스다. 협상 과정에서 이 갈등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 일각에선 너무 많이 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 지난 2년 간 7~8%씩 올랐는데,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올리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적정했다고 본다. 근로자측이 주장한 두자릿 수 인상 혹은 최저임금 1만원 등은 위험성을 내포한다. 최저임금을 너무 급격하게 많이 올리면 사용자측에선 고용을 줄이려고 할 것이다. 월급도 못주는 영세 상인들에겐 엄청난 타격이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정할 경우 고용이 마이너스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민해봐야한다.
- 우리 경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시장 사정도 나쁘다.
▶ 우리나라는 이미 저성장과 저고용 시대로 들어갔다. 이 문제를 풀려면 단기 부양대책도 중요하지만,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노동시장 개혁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노동시장 개혁이 단기간에 일자리를 늘려주진 않는다. 정부의 개혁 과정을 들여다보면, 청년 일자리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분야는 공공기관의 청년인턴제 확대라고 생각한다. 민간에서 고용을 갑자기 늘릴 순없다. 청년인턴제도가 경력을 쌓는 것이기 때문에 청년들도 좋아한다. 월급을 받아 생활을 하면서 구직활동도 한다. 대기업은 채용을 위해 인턴을 뽑는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가급적 인턴을 많이 뽑아 청년들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해야한다. 이게 잘되면 구조개혁 문제와 맞물려 있는 청년 고용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 정부에서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 이번 추경을 보면 결국 일자리가 중요한 문제란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추경 예산은 장기적으로 고용을 늘리는 사회 서비스 분야에 집중돼야한다. 의료와 보건, 복지, 비즈니스 서비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고용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관련 시장과 산업을 키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산업이 커지면 바로 고용이 창출된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린 그쪽이 부족하다. 정부가 미래 세대를 위한 대대적인 투자라 생각하고,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한다.
- 일본처럼 20년 장기불황을 겪지 않으려면...
▶ 한국 경제의 성장과 고용, 분배 분야에 막힌 부문을 뚫어줘야한다. 특히 고용·복지 선순환 시스템이 중요하다. 어려울 때 가장 먼저 터지는 게 약한 부문이다. 예를들어 일본의 GDP대비 부채비율이 250% 가까이 되는데 이중 1/5이 고령화에 의한 연금부채다. 우리도 대비해야한다. 지금은 양호하지만 고령화가 더 심해지면 문제가 생긴다. 또 유연성과 창의성을 토대로 조직을 운영해야한다. 일본처럼 가면 안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개발도상국이 쫓아오는 상황에서 주력산업이 힘든 상황이다. 또 선진국 추격도 해야한다. 추격을 지나서 선도로 가야한다. 그럴려면 결국 기업이건 국가 경제건 경쟁력을 키워야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노동시장 경직성을 깨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일본처럼 안된다.
- 노동시장 경직성이 왜 나타난다고 보나?
▶ 노동시장이 경직됐다는 건 결국 모든 경제주체 사이에 신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을 갖고, 노측과 사측이 단합해서 나갈때 문제는 해결된다. 독일 사례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힘든 상황에서 독일이 자기만의 견조한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하르츠 개혁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성 덕분이다. 노사정이 신뢰하며 화합하자, 경직된 노동시장이 해소됐고 독일의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이는 곧 전체 국가 경쟁력으로 나타났다.
- 노동시장 구조개혁 어떻게 보고 있나
▶ 방향은 맞다고 본다. 노사정 모두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따지고 보면 2013년 5월30일 '노사정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일자리 협약'의 연장선이다. 임금체계 개편(임금피크제 등 임금구조 단순화)도 이때 들어간 내용들이다. 이것들을 다시 협상장에 꺼내놓고 얘기하는건 조금 아쉽다. 그때 조항이 꽤 많았다. 취업규칙 변경 등 이런 내용까지 들어갔다. 같은 정부에서 2년전에 했던 얘기인데, 또 나온 것이다. 정부는 합리적 기준에 따른 개혁을 얘기하는데, 노측은 근로계약을 문제 삼는다. 기업에서 인력이 필요할 경우 준고령자를 재고용해서 할 수 있는 게 취업규칙 변경이다. 문제는 노조가 이를 "해고 쉽게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노측이 정부나 사측을 못 믿는 것이다. 지난 2년여간 노력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다.
-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때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국정과제였다.
▶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엔 고용주도 성장이 국정과제 중 1번이었다. 그런데 지금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으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약간 방향이 달라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노사정 모두 화합을 통해 일자리 창출 동력을 모아야하는데, 우선순위에서 일자리가 밀린 것 같다. 정부의 정책이란 건 어디에 방점을 찍었는지를 알리는 방향성이 중요하다. 국민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최우선순위는 일자리"란 확실한 메시지를 알려야한다.
- 내년에 60세 정년제도 의무화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고, 이로 인한 청년고용도 이뤄진다.
▶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임금피크제는 임금체계 개편의 큰 부문이다.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하고 있고, 대부분 근로자들이 이를 선호한다. '지금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시기냐' 이런 추상적인 질문보다, 당연히 해야할 의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선의를 갖고 노력끝에 정년 60세 제도를 도입했으면, 노조도 선의를 갖고 응해야한다.
- 기업들의 임금피크제 도입만이 정답인가?
▶ 사실 임금피크제는 추상명사다. 또 도입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55세 이상 근로자의 연봉은 떨어지게 돼 있다. 젊은 직원들보다 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돼 있다. 100% 성과제를 도입했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면 임금체계개편이 필요없다. 시스템으로 자연스럽게 유연한 방향으로 연봉이 책정된다. 넓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임금피크제가 아니면 죽는다"는 극단적인 생각보다, 연봉제를 도입해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필요하다. 임금피크제란 문제에 너무 몰두하기보다 근본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이 돼야 청년들이 더 채용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 중소기업에 청년들이 가지 않으려고 한다. 미스매치 문제 해결 방법이 있을까.
▶ 장관으로 재직할 때 지방 중소기업 근무여건 개선에 예산을 많이 투입했다. 성과도 있었고, 인기도 높았다. 지방자치단체와 산업단지공단이 컨소시엄으로 들어와 많은 기업이 참여했다. 젊은 직원들이 많이 왔고, 효과도 높았다. 정부 정책은 이처럼 방향이 중요하다. 방향이 맞으면 시간이 지난 후 효과가 나타난다. 같은 논리로 청년들이 무조건 대학가는 걸 선취업으로 돌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아직도 고등학교 졸업생들 중 80%는 대학을 진학하고, 20%가 사회진출을 하는데, 교육시스템을 바꿔서 20%대80%로 바꿔야한다. 산업인력 수요에 맞춰 우리 교육도 그렇게 바꿔야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