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엄숙한 분위기 속에 평소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높으신 분들이 모였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부처 수장들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등 6개 경제단체장 등 12명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청년고용 문제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박근혜 대통령 임기인 2017년까지 20만명 이상의 청년들에게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절벽에서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떨어질 것 같은 청년들을 위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살벌한 대책 이름이 말해주듯 청년고용은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다. 전 정권에서 40%대를 유지했던 청년 고용률이 박 대통령 취임 첫해 39.7%를 기록, 40%대가 무너졌다. 청년 실업률은 올해 2월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1.1%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도 10.2%를 기록, 여전히 두자릿수 실업률이다.
이번 대책에 청년들은 환호할까? 이날 머니투데이 등이 보도한 관련 기사엔 댓글이 수백개 이상 달렸다. 한 누리꾼은 “말로만? 이제 믿기힘들다”며 “뭔가 하려고 하지 않는 게 더 좋을 수도...”란 글을 남겼다. 다른 누리꾼들도 “정부 정책을 더이상 믿지 못하겠다”며 비슷한 글들을 남겼다.
청년들은 왜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을까.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탓이다. 정권이 바뀌면 일자리 정책은 여지없이 새 옷을 갈아 입는다. 일자리 정책은 길어야 5년 짜리다. 그나마 효과가 나타나면 다행이다. 대표적인 게 고졸채용 정책. 대학을 안나와도 취업할 수 있도록 고졸채용 정책을 설계했다고 대국민 홍보를 했던 정부다. 하지만 불과 1~2년만에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용어(일학습병행제, 국가직무능력표준 등)로 슬며시 바꿨다. 고졸채용률은 반토막났다.
한 특성화고 교사는 “정부의 고졸채용 정책을 믿고 특성화고에 온 학생들이, 고졸을 뽑는 기업들이 많이 사라지자 다시 대학에 진학했다”며 “정책에 일관성이 없으니 누가 정부를 믿겠냐”고 토로했다. 이런 분위기에선 일자리 기회 20만개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절벽에 선것은 청년일자리만이 아니다. 정부의 신뢰가 절벽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