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의 해외 핵심자산을 민간기업에 매각하기로 했다. 구조조정 대상인 비(非)핵심자산만으로는 매각이 쉽지 않은 만큼 핵심자산과 함께 ‘패키지’로 팔겠다는 것이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마련 중인 정부 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안에는 이 같은 내용의 에너지공기업 해외자산 매각계획이 들어 있다.
구조조정이 예고됐던 비핵심자산 이외에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핵심사업도 다수 포함하는 것은 수익성이 낮은 비핵심자산만 매각할 경우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현재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가스공사 등 이른바 해외자원개발 ‘빅3’가 진행 중인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총 78개다. 석유공사가 20개국에서 24개 사업(생산 16개·탐사 8개)을, 광물자원공사는 17개국에서 32개 사업(생산 13개·개발 8개·탐사 11개)을, 가스공사 13개국에서 22개 사업(생산 10개·개발 7개·탐사 5개)을 각각 진행 중이다.
매각계획이 초안대로 확정되면 현재 보유 중인 해외자산 대부분이 매각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다만 가스공사의 경우 LNG(액화천연가스) 도입과 연관성이 높은 자산은 매각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일부 핵심자산은 단독 매각도 별도로 추진할 계획이다. 석유공사의 대표적인 해외자원개발 성공 사례인 베트남 11-2, 15-1 광구 등이 여기에 포함될 전망이다. 2곳 모두 이미 투자비용 회수가 끝나고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에너지공기업 자산매각 대상은 SK이노베이션, GS에너지 등 민간 자원개발기업을 비롯해 국민연금, 자원개발펀드 등 투자업계를 망라한다. 다만 현 시점에서 해외 매각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계획대로 매각이 이뤄진다면 민간 기업은 안정적인 신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고, 에너지공기업은 부채비율을 크게 낮출 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자원개발을 민간 중심으로 가져가겠다는 정부 정책 기조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에너지공기업들이 정부의 예산지원 없이 자체 수익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인 핵심자산을 매각할 경우 장기적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기에 대형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이 사실상 대기업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대기업 특혜’ 논란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매각계획에 대해 제기될 여러 가지 지적사항을 잘 인지하고 있다”며 “‘대기업 특혜’ ‘헐값 매각’ 등 논란이 없도록 하기 위해 면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