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했던 산업현장, 2200명 여학생 웃음소리로 '들썩'

고양(경기)=유영호 이동우 기자, 사진=김창현
2016.05.19 16:19

[2016 K-걸스데이]전국 120여곳서 성료… "산업현장 '여풍' 유도 계기되길"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이 19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루트로닉 센터에서 진행된 '2016 K-걸스데이'에서 실습에 참여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주관, 머니투데이 후원으로 열린 'K-걸스데이'는 여학생에게 산업현장, 기업연구소 등 기술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다. 여학생들에게 이공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나아가 산업기술 현장으로의 사회진출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다. 올해 3회째를 맞은 'K-걸스데이'는 전국 120여개 산업현장에서 2200여명의 여학생이 참여했다. / 사진=김창현 기자

"레이저는 1960년 처음 세상에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언제 들어왔는지 혹시 아는 학생 있나요?"

19일 경기 고양시 행신동에 위치한 레이저 의료기기 업체인 루트로닉. 질문이 끝나자 마자 실험실을 찾은 25명 여학생들의 손은 하늘로 향했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을 하고 있는 여학생들의 입에서는 ‘10년 후’ ‘1980년’ 등 다양한 답변이 순식간에 쏟아져 나왔다. 이어지는 레이저를 이용해 투명한 풍선 안의 빨강 풍선만 터뜨리는 시험이 시작되자, 여학생들은 입에서 ‘우와’하는 탄성이 계속됐다.

지하에 위치한 다른 실험실에서는 레이저 스캐너에 대한 설명과 체험이 이뤄졌다. 레이저 스캐너는 초당 1000분의 1의 속도로 움직인다. 벽면에 고정됐던 빨간 점이 빠르게 움직이며 ‘K-girl’s day‘라는 글자를 만들어내자 여학생들의 표정은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이날 루트로닉을 찾은 여학생들은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주관, 머니투데이 후원으로 열린 ’2016 K-걸스데이‘에 참여한 마이스터고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의 학생들이다.

수도공고는 원래 남고였지만, 7년 전인 2009년 마이스터고로 지정되며 남녀공학으로 바뀌었다. 여성 기술인력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다.

현장을 찾은 학생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막연하게 느꼈던 미래에 대한 불안도 사라지고, 꿈을 이루기 위한 추진력도 얻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1학년 김재이양(16)은 “실험실에서 본 레이저 스캐너가 너무 신기해서 어떤 분야에서 쓰이는지 찾아보려고 한다”며 “막연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의 조은진양(16)도 “이런 기술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앞으로 이런 신기한 기술들이 적용되는 산업현장에서 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행사에 직접 참여한 이관섭 산업부 1차관은 여학생들과 함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이공계 진로 탐색에 관한 대화의 시간을 갖고 여학생들을 격려했다.

이 차관은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딱 하나 남은 길은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길밖에 없는 것 같다”며 “K-걸스데이는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여학생들이 이공계에 많이 관심을 갖도록 해 이공계 진출을 늘리고자 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학생들이 대기업에만 취직하려고 하지만, 루트로닉처럼 작지만 경쟁력 있는 회사들이 굉장히 많다”고 강조했다.

앞서 산업현장에 진출한 여성 기술인력 선배들의 조언을 듣는 자리도 마련됐다. 수도공고 여학생들은 평소 산업계에 궁금했던 질문들은 과감 없이 쏟아냈다. 2학년 유수아양(17)은 공학계열에서 여학생들의 진로설계에 대해 질문했다.

K-걸스데이 공식멘토인 윤채옥 한양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여학생들은 굉장히 근면성실 하지만,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자신감이 조금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의도적으로라도 자신감을 가진다면 여러분이 가진 역량을 120% 발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학년 정효정양(17)이 “이공계 창업에 대해 궁금하다”고 질문하자 이도희 바이시클 대표는 “알리바바의 마윈이 말하기를 ’20대는 겁을 모르고 도전해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며 “열심히 도전하면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여학생들은 수도공고 학생뿐이 아니다. 전국의 2200여명의 중·고·대학교 여학생들이 ’K-걸스데이‘에 참여해 대·중견·중소기업 및 연구기관 등 120여곳의 산업현장을 찾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비밀유출 우려 등으로 그동안 공개하지 않던 기술현장을 우리나라의 미래 여성 인재들에게 아낌없이 공개했다.

정재훈 KIAT 원장은 “우리나라는 매년 10만 명 이상의 이공계 인재를 배출하지만 실제 기술 분야로 진출하는 여학생 비율은 전체의 18.9% 수준”이라며 “K-걸스데이를 통해 여학생들이 이공계 진학과 산업계 진출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이사는 “여성인력의 활용은 앞으로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라며 “K-걸스데이가 산업현장의 ’여풍‘을 유도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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