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도 실감 못했는데…"부자도시 울산의 침체

울산=정혜윤 기자
2016.06.16 06:12

[OECD20년 대한민국, 선진국의 길]<1>-④"울산 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기침체 근본 이유 찾아야"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수출 세계 6위, GDP 규모 세계 11위 등 경제규모나 지표로 보면 그렇다. 이미 20년 전 선진국 클럽으로 분류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횡행하는 시대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영역에서 과연 선진국일까라는 물음에 우리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는 창간 15주년을 맞이해 지난 20년간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해보기로 했다.
9일 오후 울산 동구 대송시장의 모습.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 동구는 최근 한 두달새 심각할 정도로 장사가 안 되고 있다. 사진=정혜윤 기자

#울산에서 20년째 택시를 모는 이모씨(57). 그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현실을 매일같이 몸으로 느낀다. 현대중공업이 있는 동구에서 손님이 3분의 1은 줄어들었다. 특히 최근 한두 달새 갑자기 심각할 정도로 손님이 없다고 했다.

8년째 대송시장에서 식품점을 운영 중이라는 노자경씨(가명·50)도 손님이 줄어 가게가 한산하다고 했다. 그는 “구조조정 여파가 큰 것 같다”며 “자꾸 울산이 어렵다는 소문이 도니까 손님들이 지갑을 더 열지 않는다”고 나름 이유를 분석했다.

통상 ‘선진국’이라고 할 때 그 기준은 주로 경제적인 것이다. 정치나 문화는 그 다음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사회가 선진국으로 분류되기는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0년, 절대적 빈곤을 걱정하는 수준은 넘어 섰지만 그동안 쌓아 올린 물적 기반은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본사가 있는 울산 동구의 분위기는 낙관보다 비관이 팽배했다. 만나는 상인들마다 1997년 IMF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3년 전보다 2년 전이 더 어려웠고, 2년 전보다는 1년 전이, 그리고 1년 전보다는 지금이 더 힘들다고 얘기했다. IMF외환위기도 비켜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기침체와 거리가 멀었던 울산 동구가 말이다.

이 지역 대표 재래시장 가운데 하나인 대송시장은 늘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었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정찬우씨(가명·57)는 “원래 사람이 꽉 찰 시간인데 사람도 별로 없고 있는 사람들도 꼭 필요한 게 아니면 물건을 잘 안 산다”고 했다.

9일 오후 울산대교 전망대에서 바라본 울산의 모습. /사진=정혜윤 기자.

대한민국 ‘산업도시, 수출도시, 부자도시’로 유명한 울산의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울산 인구는 지난해 11월 120만640명으로 처음으로 120만명을 넘어섰지만 이후 올해 4월 119만8076명까지 감소했다. 5개월 연속 줄어든 것이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등의 감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14년 924억달러를 기록한 수출액은 지난해 729억달러로 급감했다.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2월 이후 올해 4월까지 14개월 연속 역대 최장기간 수출이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2009년 12개월 연속 감소행진을 뛰어넘는 역대 최장기간의 역성장이다.

대량실업사태도 우려된다. 2013년 2.1%로 전국평균(3.1%)을 1%포인트가량 밑돈 울산 실업률은 2014년 2.7%, 지난해는 3%로 뛰어올랐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실업률은 3.5%로 전년 동월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차의환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조선업 협력업체들의 30~40%가 폐업을 했고 한계기업들의 자금유동성 부족은 심화되고 있다”며 실업이 증가한 배경을 설명했다.

울산 GRDP(지역내 총생산)는 2012년 70조7834억원을 기록한 뒤 2013년 68조3477억원으로 급격히 떨어졌고, 2014년 69조5484억원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2012년 수준엔 못 미친다. 지난해와 올해는 2014년보다도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크 전경.

울산의 이런 모습은 제조업을 바탕으로 성장해 20년전 선진국 클럽에 가입한 우리나라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경제 전반이 위태로워지고 있는 것. 울산은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차 부회장은 “5~6년전부터 조선산업은 수익성뿐 아니라 성장성이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등 시그널이 나타났는데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만신창이가 됐다”며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울산은 지금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는데, 산업구조도 그렇고 시장 메커니즘을 봤을 때도 어떤 벽에 부딪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수출의 경우 울산은 2011년 1014억80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무너졌는데 그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나면서 중국의 수요를 울산이 흡수한 뒤 2012년 972억달러, 2013년 915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하향세였다.

차 부회장은 “이제부터라도 중국에 치중된 수출에서 벗어나 다양한 해외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등을 통해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울산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한국 전체의 문제다. 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우리가 선진국의 조건을 논하기 전에 2014년과 지난해 갑자기 꺾인 기업 매출액 증가율, 좀비기업 증가 등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고부가가치, R&D(연구·개발) 등을 통한 전방위적인 산업정책뿐 아니라 그 밑바탕에 신뢰와 거버넌스가 제대로 쌓여있는지 근본적인 것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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