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바꾼 농축산물 수급지도…정부, 수급불안 대비 선제적 대응 기조

올여름은 유난히 길고 습하다. 장마가 끝나기도 전에 폭염이 덮치고, 폭염이 이어지다 다시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극한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이상기후가 가장 먼저 흔드는 것은 다름 아닌 국민 밥상이다. 하지만 모든 농축산물이 똑같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품목마다 '약한 고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수급상황을 점검한 결과를 보면, 현재까지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논콩 등 농작물 약 390ha가 침수되고 육계 20여만 마리가 폐사했지만, 전체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어서 당장 수급 차질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진짜 변수는 지금부터"라고 입을 모은다. 고온다습한 환경이 길어질수록 병해충과 가축 스트레스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폭우가 내리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은 상추, 시금치, 열무, 얼갈이 같은 잎채소다. 잎채소는 생육기간이 짧지만 습기에 매우 약하다. 며칠만 강한 비가 이어져도 뿌리가 썩거나 병이 퍼지면서 출하량이 급감한다. 저장도 어려워 가격이 단기간에 크게 뛴다.

오이와 애호박도 비슷하다. 다만 올해는 생산량이 늘어 가격이 오히려 평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농식품부는 소비 촉진과 출하조절에 나서고 있다.
축산에서는 단연 닭이 가장 취약하다. 닭은 땀샘이 없어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면 사료 섭취량이 줄고 산란율이 떨어지며 심하면 폐사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여름철에는 육계와 계란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올해도 폭염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영향으로 계란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최근 생산량 회복과 정부의 신선란 수입 확대, 할인판매 확대로 가격은 점차 안정되는 모습이다. 육계 역시 정부가 부화용 종란 1300만 개를 공급하면서 가격이 지난해 수준으로 내려왔다.
과수는 단기간 폭우보다 장기간 이어지는 고온다습한 환경이 더 위험하다. 사과 탄저병, 배 검은별무늬병, 탄저병 등 각종 병해가 급속히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병이 확산되면 상품성이 크게 떨어져 생산량보다 품질이 더 큰 문제로 떠오른다.

농촌진흥청이 최근 병해충 예찰과 현장 기술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우는 상대적으로 버티지만 생산성은 떨어진다. 한우는 닭처럼 갑작스럽게 폐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폭염이 장기화되면 사료 섭취량 감소와 증체율 저하, 번식률 감소 등 생산성이 떨어진다. 낙농 역시 젖소의 우유 생산량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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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정부는 축사 내부 온도를 낮추는 열차단 도포제 공급을 확대하고, 영양제와 면역 강화제 할인 공급도 병행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나타나는 '복합재해'다. 비가 그친 뒤 이어지는 무더위는 병해충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축산농가에서는 고온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최악의 조건이 된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농촌진흥청과 지방자치단체, 농협, 자조금단체 등과 함께 병해충 방제약과 영양제를 할인 공급하고, 생육 관리와 가축 피해 예방을 위한 현장 기술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박정훈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여름철 기상 여건에 따른 수급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요 품목의 생육과 수급 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농업인의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도 지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