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진국의 조건
한국의 경제 성장, 사회 구조, 정치 현실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선진국 진입을 위한 과제와 도전, 그리고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방안을 심층적으로 다룹니다.
한국의 경제 성장, 사회 구조, 정치 현실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선진국 진입을 위한 과제와 도전, 그리고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방안을 심층적으로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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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한 나라를 움직이는 엔진입니다. 엔진이 꺼지면 사회의 활력이 사라지고 제대로 안 돌아 가니 결국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죠."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겸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장)은 진정한 선진국의 필수 조건으로 '성장'을 꼽았다. 국민 삶의 질과 만족도를 비롯해 선진국의 조건으로 거론되는 게 많이 있지만, 결국 성장이 바탕에 깔려야 한다는 얘기다. 선진국들이 저성장 고착화 분위기 속에 '4차 산업혁명' 등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쏟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 전 장관은 다만 기존의 성장과 다른 의미의 성장론을 꺼냈다. 지난달 26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가진 이 전 장관은 "디지털 혁명 시대엔 인적자본과 기술 혁신에 중점을 둔 '스마트 성장'이 필요하다"며 "숫자로 나타나는 성장률에 집착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엔 기업이 수출을 늘리고 나라 경제의 척도인 GDP(국내총생산) 규모를 확대해 수치로 보여주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평균 성장률은 3%에 못 미친다. 3%를 넘긴 게 지난 2014년 한 차례 뿐이다. 어느 새 심리적 마지노선이 돼 버린 연 3% 성장마저 달성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 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불과 4~5년전만 해도 평균 수준이었던 연간 3% 성장률이 이제는 쉽지 않은 목표치가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성장률 목표치 달성을 위해 여러 정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이제 성장률 숫자에 집착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한다. 선진국들이 이미 1~2%대의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지 오래고, 우리나라처럼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는 생산과 소비가 줄어 자연스럽게 성장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제규모의 절대치가 커져 고성장을 구가하는 게 어렵다는 측면도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숫자로 보여지는 성장률에 연연하는 건 과거 패러다임이다"며 "저성장을 인정하면서, 성장에 대해 새로운 생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세계 평균 3~4배
"우리나라가 연간 3% 내외로 성장하는 것을 부러워하는 나라가 많다" 추가경정예산(추경), 금리인하 등 대규모 부양책에도 한국 경제가 2%대 성장률에 그쳐 본격적인 저성장기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자 한 정부 고위 관료가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며 한 말이다. 한해 GDP(국내총생산)가 1500조원에 육박하는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성장률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과거 1970~80년대 10%대 고도 성장기의 향수에서 벗어나 '뉴노멀'(New normal,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정의된 표준) 시대에 맞춰 성장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후 20년간 기록한 평균 성장률은 4.4%다. 이는 같은 기간 OECD 가입국 평균 성장률 2.1%의 2배가 넘는다. 최근 5년간 성장률은 3%에 미치지 못하지만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실제 △미국(2.4%) △독일(1.3
# 결혼 10년 차인 회사원 김수진(가명, 37세)씨는 딸 아이 한명만 낳았다. 워킹맘 그는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이 없다. 아버지 세대에선 보통 2~3명 이상의 자녀를 낳았지만 경제적 여건상 2명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의 주변에도 아이가 둘 이상인 집은 드물다. 직장 동료 중엔 결혼을 했지만 아이가 없는 사람도 있고, 혼기가 넘었지만 결혼을 안 한 사람도 많다. 김씨의 사례는 이례적인 게 아니다. 합계출산율(여성 한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이 겨우 1명을 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저출산 문제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어린이(0~14세) 인구가 40여년 만에 반 토막 났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지난해 어린이 인구는 1년 전보다 19만2886명 줄어든 706만1513명으로 집계됐다. 어린이 수가 가장 많았던 1972년(1385만8472명)과 비교하면 43년 만에 거의 절반으로 준 것이다. 최근 5년을 비교하면 지난해 어린이 인구는 2011년보다 74만8867명(9.6
“출산율을 높이고 노인층 빈곤율에 신경 써라.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줄이고, 성장잠재력을 키워라.”(2007년 OECD한국경제보고서)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노인 빈곤율을 낮춰라.”(2016년 OECD한국경제보고서) 약 10년이 지났지만 진단과 처방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비슷한 의미의 단어로 대체됐을 뿐 맥락은 같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발표하는 정책 권고 얘기다. OECD는 2년 주기로 34개 회원국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경제동향과 각종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하고 정책권고 사항을 포함한 국가별 검토 내용을 담는다. OECD 한국경제보고서는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를 겪은 1998년 경제 급변기부터 매년 발간되다가 2008년 경기가 안정되면서 2년 마다 한 번씩 나오고 있다. 지난 5월에 보고서가 발간됐다. 정부는 OECD한국경제보고서를 정책 구상에 활용한다.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부족
“한국은 빠른 속도로 최빈국에서 첨단 산업국가로 변모했습니다. 삶의 수준도 빠르게 향상됐고 글로벌 가치사슬 등 국제무역에 대한 참여도가 높습니다.”(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 “한국은 짧은 시간에 믿을 수 없는 경제성장을 이뤘습니다. 과거 개발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 역할을 하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이제 OECD에서 정치적, 경제적 리더십을 더욱 발휘해야합니다.” (피에르 뒤케느 OECD 프랑스 대사) 지난달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에서 열린 ‘대한민국 OECD 가입 20주년 기념 세미나’. 주OECD대한민국대표부와 OECD사무국이 함께 마련한 이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한국의 성장을 높게 평가했다. 가브리엘라 라모스 OECD 사무총장 비서실장은 한국 경제의 발전 전략과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교육부문에 대한 투자, 공공부문의 효과적인 개발전략, 건전한 거시정책의 중요성 등 다방면에서 여러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특히 재정정책
"경제성장이 자동으로 국민 행복을 가져오지 않습니다. 양적인 성과에 치중해, 질적인 발전을 무시하면 국민 삶의 질은 낮아지고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윤종원 주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는 선진국의 조건으로 ‘국민 삶의 질’을 꼽았다. 성장만으론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민국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GDP가 369배 증가하는 등 지난 60년간 연평균 7.3%의 기적적인 성장을 했다. 20년 전엔 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에 가입했다. 하지만 윤 대사의 지적처럼 질적인 모습을 고려할 때, 우리는 갈 길이 멀다. 국민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사는 “국민이 행복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건이 마련돼야 선진국”이라고 단언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4일 업무차 잠시 귀국한 윤 대사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대회의실에서 만나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들어봤다. -OECD가입 20주년
스무살. 성년의 나이다. 선진국 클럽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지 올해로 20년, 대한민국도 선진국 사이에서 성년이 됐다. 지난 20년간 한국은 전 세계가 놀랄만큼 성장했다.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으로 커졌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처럼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글로벌 기업도 많아졌다. OECD에 가입한 1996년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구매력평가환율 기준)은 1만7670달러로 미국의 45%였다. 지난해엔 3만4396달러로 미국의 67%로 늘었다. 20년간 국가와 기업은 성장했지만, 국민 행복도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UN(국제연합) 자문기구가 올해 초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보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세계 58위다. 아시아 국가들 중 싱가포르(22위), 태국(33위), 대만(35위), 말레이시아(47위), 일본(53위), 카자흐스탄(54위) 등이 우리나라보다 행복도에서 앞섰다. OECD가 올해 회원국 등 38개 나라를 대상으로 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본만큼 성장하지 못한 상황에서 서서히 활력을 잃고 망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경기침체 현상이 1990년대 이후 ‘20년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과 비슷하다고 우려했다. 1980년대 고도성장기 일본의 경제적 위상은 상당했다. 당시 고부가가치 산업이었던 자동차, 반도체 분야에서 최강국이었던 미국을 앞지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우리나라도 2010년대 스마트폰, 반도체 등 전자제품 수출이 대폭 늘었으나 이를 혁신을 통한 ‘새 먹거리’로 보기 어렵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신 부문장은 “현재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먼저 개발한 것의 효율을 좀 더 높인 것일 뿐”이라며 “아직 우리나라가 시장을 선도할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이 1990년대 우리나라와 대만의 추격을 받아 주요 산업이 침체기를 겪었는데, 지금
#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요즘 밤잠을 설친다. 경제지표는 점차 개선되는 모양새지만, 대·내외 경제 환경이 갈수록 불확실해져서다. 경제정책은 방향성이 중요한데,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 등으로 세계 경제는 ‘시계제로’ 상태다. 우리나라가 이런 혼돈의 터널을 벗어나, 일본처럼 되지 않게 하는 게 최 차관이 설정한 정책 목표다. 그는 최근 한 강연에서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일본은 버블이 꺼진 이후 1995년에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이었다가 그 뒤로 점점 떨어졌는데, 일본이 이를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요즘 “왜 우리나라는 성장이 멈췄을까?”를 고민한다. 분명 우리 정부와 국민, 기업 등 경제주체는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데 왜 제자리 걸음만 하는지가 의문이다. 그는 “성장
'재패나이제이션(Japanization)’ 세계 경제가 일본이 겪고 있는 혹독한 장기 불황을 따라간다는 말이다. 인구감소, 구조적 저성장, 초저금리에 이은 마이너스 금리까지 일본이 20년째 겪고 있는 전대 미문의 불황이 전 세계에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은 이제 3%대도 버거운 지경에 이르렀다..경기부진이 지속되면서 금리는 1.25%까지 내려 왔다. 측정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한국은 안좋은 방향으로, 그것도 ‘초고속’으로 일본화돼 가고 있다. 이처럼 전환 속도가 급격한 건 그만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돈을 풀고 각종 정책을 쏟아내도 좀처럼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안보인다. 물론 미국, 일본, EU(유럽연합) 등과 비교하면 GDP는 상대적인 고성장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다. 전문가들은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방향을 못 잡고
"기업경쟁력은 2류, 정치력은 3류, 행정력은 4류다." 1995년 4월 13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베이징에서 현지의 한국 특파원들과 비공개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21년 전 이 회장은 비보도를 전제로 했던 이 자리에서의 이 한마디로 당시 김영삼 정부로부터 '괘씸죄'에 걸려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는 등 큰 고충을 겪었다. 21년이 지난 지금 2류였던 기업경쟁력은 나아졌을까. 일부 기업들은 선진 일류화의 길을 걷고 있지만, 최근 롯데나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업 관련 비리 수사를 보면 아직 일류와 선진화의 길은 멀었다는 21년 전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아직도 맴돈다. ◇끝나지 않은 정경유착?...사외이사 논란=한국 기업의 선진화를 위해 선행돼야 할 과제로 기업의 투명성을 꼽는다. 투명성은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의 명확성과 이에 대한 감시 기능이 살아있느냐와 관련이 있다. 특히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문제 등이 거론되면서 사외이사의 적격성 문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