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조원이 넘는 분담금을 납부하기로 하고 확보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을 결국 잃게 됐다.
AIIB는 8일 공고를 내고 재무담당 부총재직(Vice President – Finance)을 신설하고 이에 대한 후보자 공개채용에 나선다고 밝혔다.
앞서 AIIB는 프랑스 출신으로 아시아개발은행의 부총재를 역임한 티에리 드 롱구에마(Thierry de Longuemar)를 CFO로 선임한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공개채용은 사실상 요식절차로 보인다.
특히 AIIB는 휴직중인 홍기택 부총재(전 산업은행 총재)가 맡아온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직위를 국장급(Director General – Risk Management)으로 격하시켰다.
현재 AIIB 부총재는 영국(대니 알렉산더 수석부총재)과 한국(홍기택 최고 리스크담당책임자), 인도(DJ 판디안 최고투자책임자), 독일(조아킴 폰 암스버그 정책 및 전략담당 부총재), 인도네시아(루키 엑코 위란토 최고행정책임자) 등 5명이다.
홍 부총재는 아직 사직서를 내지 않은 만큼 부총재직은 유지하지만 새로운 부총재 인선이 마무리되면 사직서를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우리몫이던 부총재 자리는 없어지게 된다.
정부 한 관계자는 "CFO를 사전에 임명한 만큼 재무담당 부총재는 프랑스에 넘어가게 된 것"이라면서 "CRO 자리를 우리몫으로 두고 부총재직을 비워 놓을 수도 있었지만 AIIB로서는 홍 부총재가 물의를 빚은 상황을 염두에 뒀고 CFO 자리가 더 중요하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진 리췬 AIIB 총재는 최근 CNBC와의 회견에서 "홍 부총재를 대체할 인물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부총재 자리를 신속히 채울 것"이라고 말해 홍 부총재의 퇴진을 공식화했으며 공모절차는 이런 언급에 이은 후속조치다.
현재 우리나라의 AIIB 지분율은 3.81%로 전체 회원국 중 5번째로 많다. 당초 지분율이 3번째로 많은 러시아(6.66%)가 부총재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지만 중국정부가 러시아에 부총재직을 주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프랑스는 러시아보다 적은 3.44%의 지분을 가져 7위다.
홍 부총재 자리를 프랑스에 내주게 된 만큼 상당한 정치적 후폭풍이 예상된다.
우리측 AIIB 분담금은 3억달러(4조 3400억원, 5년분납)인데 부총재직을 놓치면서 향후 AIIB내 의사결정에 참여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국익 측면에서 손실이 불가피한 셈이다. 이 때문에 홍 부총재의 AIIB행에 간여한 이들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한편 홍 부총재는 6개월 휴직서 제출 뒤 잠적한 상태이며 정부와도 연락을 끊고 있다. 검찰은 홍 부총재의 사직이 이뤄지면 바로 소환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관례상 국제기구 부총재급 인사의 경우 외교분쟁 등 우려로 검찰이 소환조사에 신중을 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