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기업과 국가의 흥망(興亡)을 좌우하는 시대다. 스마트폰, 무인자동차, 인공지능 등 세상을 바꾸는 큰 아이디어는 크고 작은 수만개 기술이 결합돼야 현실이 될 수 있다. 하나의 기업이 모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건강한 벤처 중소기업 생태계 조성은 기술 무한 경쟁시대에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자 자산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기술혁신과 창의경영을 지원하는데 역량을 집중해 왔다. 올해 4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법무부, 산업부, 공정위, 중기청, 특허청, 경찰청 등이 머리를 맞대고 범 정부차원의 '중소기업 기술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한 게 대표적이다.
이번 대책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 하도급법에서 시행되고 있는 ‘3배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등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중소기업의 기술보안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지원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 들어갔다. 또 실제 기술유출 사건의 90% 이상이 경쟁사업자 또는 거래형성 이전 단계에서 발생되기 때문에 부정경쟁방지법을 관할하는 특허청, 경찰청의 집행력 확보와 관계부처간 유기적 협조 강화도 핵심적인 내용으로 포함됐다.
기술유용이 하도급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엔 공정위의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공정위는 하도급법에 따라 원사업자의 부당한 기술자료 제공 요구 및 기술 유용을 금지하고, 정당한 사유로 요구하는 경우라도 반드시 서면을 발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 기술유용에 대해, 2011년에 ‘3배 손해배상제도’를 국내법 사상 처음 도입했고, 올해부터는 과징금 부과규모 확대를 위해 ‘정액과징금’제도 등 제재수단을 강화해서 운영하고 있다.
기술유용으로 피해를 당한 수급 사업자가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지난해 3월엔 익명제보센터를 설치 한 바 있다. 아직은 다소 미흡하지만 사건처리 실적도 차근차근 쌓이고 있다. 중소 하도급업체의 핵심기술을 부당하게 요구하고, 유용한 2건의 사례에 대해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 등 제재 조치를 했다. 또 신고사건의 절반 가량의 경우엔 당사자 간 충분한 피해보상 합의가 이뤄져 하도급법이 중소기업의 기술보호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올해엔 기술유용에 대한 최초 직권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 사업자에게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하거나,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서면을 미발급한 행위에 대한 현장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 결과 기술유용 혐의가 발견된 업체에 대해서는 유용여부까지 살펴볼 계획이며,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법위반 혐의가 확정된 업체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 스스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인력을 철저히 관리하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는 결국 국가의 미래 자산을 보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 더 많은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히든챔피언’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