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미국 대통령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다. 국내·외 언론은 '역사적 대이변', '제2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라며, 예상 밖 결과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웃사이더 첫 대통령'의 등장으로 마치 한치 앞을 내다 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듯 허둥대는 모습도 보인다.
사실 모두가 놀라고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 그동안 선거운동 과정에서 트럼프 후보의 연설과 공약, 힐러리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쏟아 낸 트럼프 후보의 말과 주장만 보면 그렇다. 미국 고립주의와 반이민정책, 그리고 특히 그의 한미자유무역협종과 동북아 안보에 관한 무성의한 그이 말만 주목해 본다면 걱정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그러나 잠시 되돌아 보면 과거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로 인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어떻게 대응했는지 정확하게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매번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을 전후해서 정부를 비롯해 모두가 당선된 대통령이 진보적 성향인지 아니면 보수적 성향인지 그리고 미국이 고립주의가 다시 부활하는 건 아닌지 걱정과 논의는 많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그리고 새로 선출된 대통령의 가치관에 따라 향후 미국의 국내외 정책기조가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지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토론, 방송과 기고가 뒤따랐다. 그러나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백악관에서 업무가 시작되고 나면 어느새 우리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할 만큼 일상으로 되돌아 오곤 했다. 결국은 우리 대통령이 아니고 미국의 대통령이 선출된 것이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니 이번에도 뭐 그리 호들갑 떨 것까지는 없는 일 아닌가 하고 싶다. 더구나 선거 투표결과 당선인으로서 첫 연설을 듣고 보니 그동안의 염려와 걱정은 괜한 걱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선거 직후 첫 연설이니 더 두고 봐야 한다고 하겠지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리 허술한 나라가 아니고, 미국 대통령이 그저 그런 나라의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의 새 대통령 당선자는 그의 승리연설에서 가장 먼저 당선 축하 전화를 해온 힐러리에 대한 찬사와 그녀의 국가에 대한 헌신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이제 함께 하나의 국민이 되자. 그리고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 여러분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우리가 미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겠지만 모든 사람, 모든 국가를 공정하게 대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적대감보다는 공통점을, 갈등보다는 파트너십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이상하지 않은 아주 정상적인 미국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국정을 이끌고, 세계 모든 국가와의 관계는 어떻게 가져가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결과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새로 선출된 대통령의 가치관과 국정방향에 대한 예측과 그에 대한 전략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번 미국 대통령선거의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한번 곱씹어 보자는 것이다. 왜 국내·외 대부분의 언론, 선거결과를 예측하던 전문가들이 한결 같이 '예상밖의 결과', '대이변'이라고 하는 지 한번 생각해 보자. 이보다 앞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경우에도 모두가 당연히 영국이 유렵연합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국 국민투표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우리가 가진 상식과 정보, 논리와 예측능력을 동원해서 그동안 정확하게 미래를 전망하고 예측하던 방식으로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하다고 여긴 예상 결과가 계속 틀리고 있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혹자는 '분노한 유권자'를 보지 못했거나 '숨은 트럼프 지지자'를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러한 대이변이 연속되는 것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마디로 대전환(great transformation)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방식대로 생각하고 예측하면 틀리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계속해서 그 대전환과 그런 대전환을 초래하는 근본적 이유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바로 눈 앞에 일어나고 있는 대전환과 그 이유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만큼 기존의 시스템과 기득권과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거나,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데 너무 익숙한 건지도 모른다.
미국의 새 대통령의 대외정책과 통상정책의 방향과 대책논의도 필요하다. 그로 인한 우리의 안보전략도 점검하고, 미국의 신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향방을 예측해 보고 대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그런 변화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대전환을 마주한 우리가 지금 어떤 처지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먼저 진지하게 돌아 보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