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머니투데이), 좌초위기(파이낸셜뉴스), 불황(한겨레), 암울(국민일보), 내우외환(이투데이), 산업빙벽(현대경제연구원), 사면초가(뉴시스), 퍼펙트스톰(김난도 교수)…"
최근 2017년 우리 경제를 진단하는 기사 등에서 인용된 단어들이다. 하나같이 어둡고 비관적인 표현들 일색이다.
국책연구기관과 민간연구원, 해외기관 등에서 작성한 내년도 경제전망 보고서들을 살펴봐도 희망적인 요소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다. 그만큼 내년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거의 절망에 가깝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7년 경제성장률을 지난 5월에 발표했던 전망치보다 0.3%포인트 하향조정한 2.4%로 제시했다. 유럽재정위기로 세계경제가 극도로 불안했던 2012년 이후 5년래 최저 수준의 전망이다. 기재부(3.0%)와 한국은행(2.8%)도 조만간 전망치 하향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기관들보다 실적치에 가까운 전망을 내놓았던 민간연구원의 시각은 훨씬 더 비관적이다. 대표적으로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성장률 전망치는 모두 2.2%로 국내 기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전망 역시 암울하긴 매한가지다. 모건스탠리와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각각 2.3%, 2.4%로 전망했고,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성장률 전망치를 1.5%까지 낮춰 잡았다.
따라서 내년도 국내경제 성장률에 대한 국내외 전망기관의 컨센서스는 2% 초중반에 머문다. 하지만 어렵사리 전망치를 달성한다 해도 우리 경제는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2%대 저성장에 머무는 꼴이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2%대 성장마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전망기관들이 지난 수년간 전망치 하향조정을 반복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내년 성장률도 얼마든지 1%대로 내려앉을 수 있다.
특히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한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전망을 작성한 시점은 10월 초반으로 최근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리스크가 경제전망에 반영되지 않았다.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하향조정한 KDI 역시 국내 정치적 리스크는 이번 전망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환경이 불확실한 가운데 내년에도 국내 정치적 혼란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경우 소비가 위축되고 투자가 지연될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및 위기 대응, 성장동력 마련과 경제정책 수립 등에 있어서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탄핵 이후 국정 공백과 정치적 리스크가 향후 우리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국내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을 고려하면 2%대의 성장률을 1%대로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치적 리스크와는 별개로 2017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것만으로 국내경제는 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대선이 치러지는 해의 경제성장률은 평년보다 무려 0.5%포인트 하락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선 이벤트로 인해 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소비와 기업투자 모두 부진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분석내용이 맞다면 2% 중반의 경제전망치는 대선 이벤트의 영향으로 달성이 어렵게 된다.
한편 최근 고조되고 있는 미국의 금리인상 리스크 역시 기존에 제시된 경제전망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대부분 기관들은 12월 금리 인상 이후 미국의 금리는 아주 완만한 속도로 인상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기 호조세와 국제유가 및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골드만삭스는 2017년 미 연준의 금리인상 횟수를 최대 4회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회, JP모간은 2회에 걸쳐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내년도 미국이 최소 2회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국내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국내 경기가 장기간 침체된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 여파로 돈줄까지 말라버리면 국내 경기는 급속히 냉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국내경제는 저금리에 기반한 건설투자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건설투자의 성장률 기여율은 무려 66.7%에 달한다. 그런데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고, 건설투자로 근근이 버텨온 국내경제는 극심한 하방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경제전망에 반영되지 않은 또 한가지 요소는 바로 11월초에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다.
최근 KDI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추진될 경우 2016~2020년 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0.3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기관인 씨티그룹도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이 국내경제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최대 0.6%포인트 하락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보호무역주의를 중심으로 트럼프가 공약한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내년도 우리 수출경기는 큰 충격을 받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고, 그 결과 2%대 성장률 달성마저 힘들어질 수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3%대 성장률 달성을 자신했다. 그러나 수조원의 추경예산까지 쏟아부은 결과 겨우 2%대 성장을 유지했다. 이제 정부 전망치가 2%대로 내려온다면 내년도 우리 경제성장률은 사실상 1%대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