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cm 방망이로 폭행, 숨지게 했는데..."감옥 보내지 마" 구제 운동, 왜[뉴스속오늘]

40cm 방망이로 폭행, 숨지게 했는데..."감옥 보내지 마" 구제 운동, 왜[뉴스속오늘]

채태병 기자
2026.07.1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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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김구 암살범을 처단한 고(故) 박기서씨의 생전 모습을 다룬 SBS 예능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한 장면. /사진=SBS 유튜브 캡처
김구 암살범을 처단한 고(故) 박기서씨의 생전 모습을 다룬 SBS 예능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한 장면. /사진=SBS 유튜브 캡처

1년 전인 지난해 7월 10일 백범 김구 암살범을 처단한 박기서씨가 향년 76세로 사망했다. 고인은 47세이던 1996년 10월 안두희 집에 찾아가 직접 만든 '정의봉'(正義棒)으로 그를 구타해 사망케 했다.

육군 장교였던 안두희는 1949년 6월 독립유공자 김구를 권총으로 살해한 인물이다. 안두희는 체포된 후 조사 과정에서 끝까지 범행 동기를 밝히지 않았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징역 15년으로 감형된 안두희는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나자 잔형을 면제받았다.

박씨가 세상을 떠난 뒤 민족문제연구소는 "우리 시대의 의인, 21세기 독립군 박기서 선생께서 별세했다"며 "김구 선생 곁으로 가시는 길에 깊은 애도와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11년간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결심을 실행한 날
김구 암살범을 처단한 고(故) 박기서씨의 생전 모습을 다룬 SBS 예능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한 장면. /사진=SBS 유튜브 캡처
김구 암살범을 처단한 고(故) 박기서씨의 생전 모습을 다룬 SBS 예능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한 장면. /사진=SBS 유튜브 캡처

1985년 우연히 '백범일지'를 접하게 된 박씨는 평생을 독립운동에 매진한 백범 김구를 진심으로 존경해 왔다. 그런 김구를 암살한 안두희는 박씨에게 있어 처단해야 할 민족반역자였다.

하지만 안두희는 실질적인 법적 처벌을 받지 않은 채 평범한 이들과 같은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가슴 속에 늘 안두희를 향한 분노를 가지고 있었던 박씨는 그의 주거지를 알아낸 뒤 직접 처단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박씨는 1996년 10월 23일 오전 5시30분쯤 인천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들어갔다. 비장한 표정의 박씨 허리춤에는 길이 약 40㎝ 나무 방망이가 걸려 있었다. 방망이에는 정의봉이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6시간가량을 기다린 박씨는 안두희 동거인이 집을 나서려는 순간을 노렸다. 동거인이 현관문을 열자마자 박씨는 그를 밀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박씨는 미리 준비한 나일론 줄로 동거인을 포박한 뒤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던 안두희에게 다가갔다. 그는 "김구 선생을 시해한 너를 죽이러 왔다"고 말한 뒤 허리춤에서 정의봉을 꺼내 안두희를 내리쳤다. 구타당한 안두희는 경부 및 흉부 손상으로 사망했다.

고해성사 후 자수…징역형 받았으나 특사 석방
2018년 식민지역사박물관에 정의봉을 기증하고 있는 고(故) 박기서씨 모습. /사진=뉴스1(식민지역사박물관 제공)
2018년 식민지역사박물관에 정의봉을 기증하고 있는 고(故) 박기서씨 모습. /사진=뉴스1(식민지역사박물관 제공)

박씨는 범행 후 성당에 찾아가 고해성사를 한 뒤 경찰에 자수했다. 살인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박씨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박씨를 향한 국민적 호응이 쏟아졌다. 박씨가 구속돼 있는 동안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개인 등이 구제 운동을 벌였다. 박씨 석방을 원하는 9200여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가 인천지법에 제출되기도 했다.

2심에서 박씨 형량은 징역 3년으로 감형됐고, 이 형량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후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박씨는 1998년 3·1절 특별사면을 받아 석방됐다.

안두희 처단 전 버스 운전사로 일했던 박씨는 출소 후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남은 여생 동안 버스와 택시 운전사로 일했다. 정의봉은 재판 이후 박씨가 돌려받았는데, 그는 2018년 정의봉을 식민지역사박물관에 기증해 한국사 자료로 보관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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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태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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