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채용 비위 사실이 확인된 공공기관장에게 ‘자진 사퇴’를 비공식 통보했다. 사퇴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임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도 함께 전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인 셈이다.
10일 관계부처와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과 정용빈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백창현 대한석탄공사 사장 3명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3개 공공기관에 대해 주무부처(산업부)가 성실 경영의무 위반을 사유로 사직서 제출을 권고했다”며 “3명의 기관장에게 모두 전달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산업부는 적절한 시점까지 사퇴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정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자진 사퇴가 여러모로 (일처리가) 매끄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비위와 관련된 인사 조치기 때문에 강제 해임도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산업부는 이미 법리 검토를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35조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게을리한 경우 주무기관장은 해당 이사를 해임하거나 임명권자에 해임을 건의·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준정부기관인 디자인진흥원 정용빈 원장은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직접 해임할 수 있다. 공기업인 석유공사 김정래, 석탄공사 백창현 사장의 경우 해임건의안을 백 장관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을 요구하는 절차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이 해임하는 구조다.
정부의 방침에 대해 정 원장과 백 사장은 수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 원장, 백 사장이 숙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사장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비위 내용의 핵심이 일부 채용 절차상 문제점인데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의 채용이었고 또 절차상 문제점 역시 본인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사장 측은 장석효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사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 전 사장은 뇌물수수와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15년 해임됐는데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지난달 승소했다.
석유공사 사측 관계자는 “감사원 채용비위 조사 결과를 봐도 우리 공사의 경우 (다른 기관과 비교해)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공사 정상화가 현재 (김 사장의)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 5일 김 사장, 정 원장, 백 사장 등의 채용 관련 비위행위를 적발, 이들에 대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며 주무부처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정 원장은 2015년 9월 신규직원 채용시 자녀의 지원사실을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하며 채용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 백 사장은 2015년 3월 인사담당자(기획관리본부장) 재직 당시 전임 사장 조카 등의 채용에 부당하게 개입했다. 김 사장은 자신의 고교·회사 후배 등 지인을 채용을 지시하는 비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