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국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도 고민에 빠졌다.
국제금융시장 자금 흐름에 민감한 한국은 단기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이 있어 금리 역전 상태를 그대로 두기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자니 국내 경기·물가 상승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연임에 성공하자 마자 '통화정책 딜레마'라는 첫 과제를 떠안게 됐다.
전날 인사청문회에선 이 총재의 고민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 총재는 시장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금리 방향성을 미리 밝힐 수 없다면서도 "금리역전 폭이 크거나 장기화되는 등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또 통화정책과 관련해 "성장세, 자본유출, 금융안정 등을 다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은의 발목을 잡는 건 '낮은 물가'다. 전년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1.0%, 2월 1.4%로 1% 초반의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하반기 이후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목표수준인 2%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이같은 전망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위원들은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2%에 근접할 것이라는 분석은 다소 불안하다",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약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초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강화, GM사태, 고용 부진 등 경기 상승세에 대한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다.
국내 금리 인상 시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달 미 금리인상이 예고됐던 상황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높이지 않고 양국간 금리역전을 용인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금리를 계속 1.50% 수준으로 두자니 한미 금리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은 위원들의 금리인상 전망치를 나타낸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올해와 내년 각각 3차례, 2020년 2차례의 금리인상을 전망했다. 즉 앞으로 3년간 7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미 금리가 3.25~3.50%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6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내 금리인상 전망이 3회에서 4회로 상향될 수 있다는 우려도 살아 있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면 이 경우 연말 양국 금리차는 1.0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 총재는 전날 1.00%포인트의 금리 차에 대해 "상당히 큰 차이"라며 "그 차이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했다.
결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금리 차를 얼마나 허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당장 5월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내 두 차례 금리인상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 미 연준의 빨라질 금리인상 속도는 한은의 금리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추가 금리인상 시점은 5월이 높지만 4월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4분기 추가 인상도 예상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만큼 한은 통화정책도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면서 "거시경제 안정성과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수단으로서 한은이 올해 2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